'非 파업세대'까지 분노… YTN 불합리한 인사·편성 갈등

사내 게시판에 직군·기수별 성명
"배려도 존중도 없는 인사"

김백 YTN 사장은 지난 1일 취임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원들이 우대받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YTN을 “아시아 넘버원 채널”로 만들기 위해 “불신과 반목”을 극복하고 “마음을 모아 함께 나아가”자고도 했다.


그러나 이후 YTN 내에선 다른 양상의 일들이 전개됐다. 특정 노조 출신을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고, 반대 성향의 노조 출신으로 그 자리를 채우며 반목과 대립을 ‘인증’한 인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총선이 끝난 뒤 이뤄진 평사원 인사발령과 프로그램 개편 등의 조치는 여러 뒷말을 낳으며 이른바 ‘파업 세대’가 아닌 젊은 구성원들까지 부글부글 끓게 했다. YTN 사내 게시판엔 인사·개편 등의 “불합리”함을 비판하는 기자 개인, 직군별, 기수별 성명이 이어졌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에 “최소한의 설명도, 존중과 배려도 없었다”고 성토하며 동료가 겪는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뉴스퀘어 앞에서 김백 사장 퇴진 투쟁 1차 집회를 열고 사장 퇴진 운동 돌입을 알렸다. ‘김백야유회’란 제목으로 열린 이 날 집회는 야유회 형식으로 YTN 앞에서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진행됐다. /언론노조 YTN지부


단적인 예가 시사 PD 인사다. 이번 인사에서 시사 PD 7명 중 5명이 직무와 무관한 곳으로 발령이 났다.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어온 4년차 이하의 PD들을 심의팀, 뉴스 진행 PD 등으로 발령했다. 이들이 제작하던 ‘돌발영상’은 지난 3일 불방 사태를 겪은 뒤 개편 대상이 됐고, ‘탐사보고서 기록’은 13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다. YTN은 새로운 탐사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 작업에 기존 시사 PD 대부분은 참여할 수 없다. 시사 PD들은 지난 14일 성명에서 “YTN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만들어온 프로그램의 유산을 시청자와의 인사도 없이 없애버리는 것이 과연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고 물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부서와 직군에서도 혼란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쪽은 전쟁터, 저쪽은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주최한 김백 사장 퇴진 집회 ‘김백야유회’에서 기술국 정승기 조합원은 충분한 인수인계 기간 없이 인력이 전면 교체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크다며 “이게 능력주의 인사인가” 물었다. 그는 “부조정실에서 진행 PD와 기자 그리고 방송기술직 모두 급작스럽게 부서 이동을 하게 되면서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했고, 이 때문에 방송사고도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일 뉴스 프로그램 10여편을 ‘YTN 24’로 통합하는 임시 편성을 단행한 YTN은 5월1일 개편에 맞춰 새 프로그램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는데, 관련 업무를 떠맡은 디자인센터에서도 아우성이 나온다. 디자인센터 이재호 사원은 “그동안 저희가 노력해서 만든 그래픽들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이후에 갑자기 10개가 넘는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하면서 저희는 매일 야근을 하고 있고 휴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면서 “구성원들이 지금 상당히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이 개편이 무엇을 위한 개편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선 현장에서 업무상·정신적 고충과 부당함에 대한 호소가 이어지는데, 김백 사장은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회의 석상에서 사내 직군별, 기수별 성명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자기반성이 없어 공허하고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2일 사내에 공지한 ‘임금피크제 개선안’ 또한 “불합리한 차별”이자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줄 세우기”란 비판을 사고 있다. YTN은 이날 임금피크제의 마지막 4~5년차(만 58~59세) 구간에 진입한 사원이 부팀장 이상의 보직을 맡으면 조정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 피크 임금의 60%가 아닌 100%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YTN은 “주요 보직자에게 부과되는 책임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이며 “시니어 사원에게 동기를 부여해 업무 효율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같은 만 58세라도 보직 여부에 따라 임금 차이가 70% 가까이 벌어져 무보직자는 연령과 직책, 이중의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피크제 전면 폐지’를 주장했던 YTN 방송노동조합 출신 보직자들이 당장 수혜 대상이란 점도 논란이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22일과 23일 연이어 성명을 내고 “김백에 충성하면 ‘이권’을 나눠주겠다는 줄세우기용 미끼이자, 말 안 들으면 보직 박탈로 월급의 절반 가까이 날려버리겠다는 족쇄”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측이 주장하는 ‘임금피크제 개선안’에 들어갈 재원이면 신입사원을 10명 넘게 뽑는다”면서 임금피크제 폐지와 연봉직·일반직 처우 개선, 신규 채용 등의 안건을 놓고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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