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기자 등 언론인 출신 12명이 처음으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국민의미래 포함)에서 각각 6명의 초선 의원이 나왔고, 언론사별로 보면 TV조선 출신이 2명으로 가장 많았다. 15명이 당선됐던 21대 총선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에선 상대적으로 언론인 출신 당선자가 적게 배출됐다. 여성 초선 당선자 역시 전무했다.
서울에선 언론인 출신 초선 국회의원 4명이 나왔다. 민주당에선 JTBC 앵커 출신인 이정헌 후보가 서울 광진갑에서 52.53%의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고, 국민일보 기자 출신인 한민수 후보도 서울 강북을에서 4만 표 이상을 획득하며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정헌 당선인은 “언론인 출신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키고 언론의 신뢰도와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법안 마련에 힘을 쏟겠다”며 “기자 선후배와 동료들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게 진실을 추구하며 소신껏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을 중단시키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언론개혁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TV조선 출신 3명 당선
국민의힘에선 TV조선 앵커 출신인 신동욱 후보가 서울 서초을에서 상대 후보를 2만 표 넘게 따돌리며 승리했다. 마찬가지로 TV조선 앵커 출신인 박정훈 국민의힘 후보도 서울 송파갑에서 5만7000여 표를 획득하며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신동욱 당선인은 “30여년 언론계에서 일하면서 기자와 앵커로서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이제는 그 사랑을 우리 공동체에 대한 봉사와 헌신으로 되돌려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 양보의 정신이 실종된 한국 정치의 복원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천에선 2명의 언론인 출신 후보가 당선됐다. OBS경인TV 기자 출신인 이훈기 민주당 후보가 인천 남동을에서 54.48%의 지지를 얻으며 승리를 거머쥐었고, 민주당이 인천 부평갑에 전략 공천했던 노종면 전 YTN 앵커도 상대 후보를 1만4000여 표차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전국언론노조 정책위원, 미디어스 편집위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양문석 민주당 후보도 경기 안산갑에서 5만7000여 표를 획득하며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훈기 당선인은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막중하다”면서도 “언론 몫으로 민주당에 영입됐으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가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단 방송3법 개정안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니 재입법해서 어떻게든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당선인도 “수도 없이 약속을 하고 다녀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두려운 마음이 커졌다”면서도 “당선이 됐기 때문에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언론계서 제안해준 10대 과제 중 언론 현안을 다루는 기구 구성이 시급하다는 제안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우선으로 1호 법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 9명, 다시 국회로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단 3명의 언론인 출신 후보가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부산 부산진을 예비후보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장예찬 후보의 공천 취소로 부산 수영에 우선 추천된 정연욱 전 동아일보 기자는 3파전 속에서도 우위를 지키며 당선됐다. 광주 동·남갑에선 한국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정진욱 민주당 후보가 88.69%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고, 경북 포항남·울릉에선 데일리안 대표이사 출신인 이상휘 국민의힘 후보가 상대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따돌리며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추천순위 12번과 14번이었던 유용원 전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와 김장겸 전 MBC 사장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국민의미래가 이번 총선에서 36.67%를 득표하고 이에 따라 18석의 의석수가 배정되면서 두 언론인 출신 후보는 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유용원 당선인은 “선후배 동료 기자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셔서 감사함과 함께 상당한 부담감, 책임감을 느낀다”며 “어릴 때부터 무기체계에 관심이 있었던 ‘밀덕(밀리터리 덕후)’ 출신으로 31년간 국방부를 출입하며 20명의 국방장관을 겪었던 전문성과 경륜을 활용해 대한민국 정체성 수호와 국방안보 강화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22대 총선에선 초선 국회의원 12명을 포함해 언론인 출신 후보 26명이 여의도행을 확정지었다. 애초 비례대표 후보를 포함해 70명이 넘는 전직 언론인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 중 대다수가 고배를 마셨다.
21대 현역 의원 중 살아남은 언론인 출신은 9명이었다. 민주당에선 박성준(서울 중·성동을·전 JTBC 아나운서), 고민정(서울 광진을·전 KBS 아나운서),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전 한겨레신문 기자), 한준호(경기 고양을·전 MBC 아나운서), 민형배(광주 광산을·전 전남일보 기자) 의원 등 5명이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에선 박대출(경남 진주갑·전 서울신문 기자) 의원이 4선을 달성했고, 배현진(서울 송파을·전 MBC 아나운서), 최형두(경남 창원마산·합포·전 문화일보 기자)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의원이었으나 탈당해 새로운미래 후보로 출마했던 김종민(전 시사저널 기자) 의원도 당선되며 3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나 지난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던 김은혜(전 MBC 기자) 국민의힘 후보는 이번에 승리해 재선 의원이 됐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후보,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민희 민주당 후보도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성범 전 KBS 기자 역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70.99%의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3선에 성공했다. MBC 기자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후보는 전북 전주병에서 승리하며 언론인 출신 중에선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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