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소송 중인 사람들이 와서 (회장과 면담을) 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그걸 왜 (보고) 해야 합니까?”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YTN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과 만남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했다. 유진그룹 홍보 담당 임원은 “소송하는 중에 면담 신청하시는 자체가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YTN지부는 4일 대주주 자격으로 YTN 전 사원에 서한을 보낸 유경선 회장에게 답문 형식의 공개서한을 작성해 전달하고자 했다. 이날 유진 측에 긴급 면담을 요청했고, 오후 4시쯤 임진택 유진기업 홍보팀장(상무)이 대신 서한을 전달받기로 했다. YTN지부는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미발위)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있었던 인사·보도 문제 등을 조사해 만든 백서도 봉투에 함께 담았다.
그런데 여의도 유진기업 본사 1층 로비에서 노조 간부 등을 만난 임진택 팀장은 첫 대면부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 3명만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러 명이 왔다면서 “경우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이 자리엔 YTN지부 집행부와 윤창현 위원장을 비롯한 언론노조 관계자 등 10명 가까이 참석했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못 하게 했다. 그는 “사옥이고 사유지”라면서 촬영을 할 거면 “미리 협의했어야지”라고 말했다. 서한 전달 장면만이라도 찍으러 카메라를 들자 “경우가 아닌 걸 자꾸 한다”며 막아섰다.
“막말하고, 대주주 부정하더니…”
그는 노조가 막말과 유진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유진그룹이 YTN 사내이사에 김백 전 YTN 상무를 추천한 직후 유진기업 앞에서 열린 항의 기자회견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당시 YTN지부는 유진기업이 김백 전 상무를 YTN 사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3200억원을 들여 언론장악 하청업체로 전락한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유진을 부정했다는 말에 고한석 지부장이 “있는 그대로 있었던 팩트를 말한 거다. 방송법상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유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하자 임 팀장은 “그거에 대해서 소송하는 중에 면담 신청하시는 자체가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맞섰다.
서한을 유 회장에게 꼭 전달해 달라는 노조의 부탁에도 그는 “접수하겠다”,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잘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제가 판단하겠다.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고, “결과를 꼭 말씀해달라”는 거듭된 당부엔 “아 뭐 글쎄요”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가 회장 면담을 요청하고 찾아온다는 사실을 유 회장에게 보고조차 안 한 거냐고 고 지부장이 묻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 “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소송 중인 사람들, 최대주주가 아니라고 하시는 분한테 제가 왜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고 지부장은 “그럼 소송 중인 상대 회사 직원들에게 왜 가족이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YTN지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방통위와 유진이엔티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 패소 뒤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유진이엔티는 YTN 지분 인수를 위해 유진기업이 51%를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다.
“앞으론 계열사 사장 통해 전달하라”
임 팀장은 “다음부턴 계열사 사장님이 계시니까, 김백 사장님 통해 전달해주셔도 충분히 얘기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계열사가 여러 개 있는데 직원을 다 만날 수도 없고”라고도 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YTN 구성원들의 뜻이 유경선 회장에게 직접 전달 될 때까지 오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경선 회장은 이날 오전 사내 공지와 전 사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우리나라 최고의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한 가족이 된 것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YTN 구성원들에 다짐과 당부를 전했다. 유 회장은 “YTN이라는 최고의 언론기관 아래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서 “서로 믿고 도울 때 조직의 경쟁력이 높아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YTN지부는 YTN 다수노조이자 교섭대표노조로 정규직원 700여명 중 70% 이상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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