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40년 지기' 5분 방문했을 뿐… 검증 위한 보도였는데 2년 넘게 소송전"

[인터뷰] 송창섭 UPI뉴스 기자

[기자 고소·고발과 압수수색이 일상인 무도한 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통령실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 대선후보의 40년 지기 사무실을 5분간 방문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 2년 2개월간 고통받은 송창섭 UPI뉴스 기자의 인터뷰를 싣는다.]

“제가 그렇게까지 과도한 취재를 한 걸까 많이 생각했어요. 상대방이 들어오지 말란 것도 아니었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언론사를, 한 개인을 힘들게 하는 이유가 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가요.”


송창섭 UPI뉴스 기자는 지난 2021년 10월27일을 잊지 못한다. 그날 그는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동부산업 사무실을 방문했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40년 지기라는 황하영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예정된 취재는 아니었다. 다른 취재 때문에 삼척시에 갔다가 근처고 하니 들러본 것뿐이었다. 송 기자는 차를 운전해 11시46분 건물 앞에 도착했고 3분 뒤 동부산업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사무실엔 마침 식사를 하던 직원이 한 명 있었다. 그는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고 황 대표가 윤석열 후보와 친분이 있는지를 질문했다. 직원은 “모른다”고만 답했다. 송 기자는 사무실 안쪽, 문이 활짝 열려 있는 황 대표의 집무실을 당시 동행했던 후배 기자와 40초간 둘러보다 나왔다. 황 대표는 부재중이었다.

송창섭 UPI뉴스 기자는 지난 2021년 10월27일 대선후보 검증 취재차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동부산업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공동주거침입죄로 고소를 당했다. 해당 사건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3분 만에 사무실을 나선 그는 8분 뒤인 정오에 다시 동부산업 사무실을 방문했다. 후배가 기자수첩을 놔두고 온 것 같다고 해 다시 찾으러 간 것이었다. 송 기자는 “계십니까”라고 말하며 사무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직원이 화장실에 갔던 터라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어차피 앞서 신분도 밝히고 사정 설명도 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해 그는 후배에게 수첩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 사이 직원이 돌아왔고 그는 사정을 설명했다. 결국 수첩은 찾지 못한 채 송 기자는 2분여 만에 사무실을 떠났다. 이것이 그날 그가 했던 취재의 전말이다.


“그러니까 계획에 전혀 없던 취재였어요. 후배한테도 사무실 문 잠겨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마침 열리길래 좋은 기회가 있나 보다 생각했거든요. 왜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방문했냐고 묻는데 저도 웬만하면 전화해서 약속을 잡고 방문하죠. 근데 이 경우엔 황 대표 전화번호도 모르고, 그러니 미리 연락할 수도 없었어요. 사무실 문이 매번 잠겨 있어 취재도 잘 안 됐고요. 탐사보도라는 게 경우에 따라 불시에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와 후배 기자는 방문일로부터 한 달도 안 돼 동부산업 직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두 기자가 사무실에 무단 침입했다는 것이 고소 취지였다. 경찰은 이 사건을 한 달 만에 검찰로 송치했고 검찰은 7개월간 담당 검사를 세 차례 교체하더니 2022년 9월 ‘공동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한 달 뒤엔 황 대표도 두 기자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주거침입과 명예훼손이 이유였다. “예전에는 언론중재위를 거쳐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다음에 언론사나 보도 책임자를 상대로 고소를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엔 기자에게 바로 소장이 날아와요. 개인에게 겁을 주고 어떤 식으로든 압박을 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됩니다. 저도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법원에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입니다.”


와중에 지난해 2월과 8월에 있었던 법원의 판결은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1심과 2심 모두 두 기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탓이다. 1심은 2차 방문만 유죄로 인정해 송 기자에게 벌금 300만원을, 후배 기자에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1차 방문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송 기자는 주거침입 벌금 액수론 최고 금액인 500만원을, 후배 기자는 300만원을 내게 됐다. “형량이 좀 과다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어떤 판결에 비해서도 벌금 액수가 높거든요. 검찰이 증거보단 억측으로 기소를 했는데,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아 너무나 답답합니다. 다만 일련의 사건이 하나의 판례가 되면 향후 다른 취재들도 위축될 것 같아 계속 싸우고 있어요. 언론계 차원에서도 이 사건을 주목하고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송창섭 UPI뉴스 기자는 지난 2021년 10월27일 대선후보 검증 취재차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동부산업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공동주거침입죄로 고소를 당했다. 해당 사건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현재 그는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민사 소송은 이제야 1심이 진행 중이다. 2021년 10월27일 5분여간 동부산업 사무실을 방문했단 죄로 송 기자는 지난 2년 2개월간 고통 받았고, 현재도 고통 받고 있다. “사실 기자로서 되게 수치스럽습니다. 취재하기 위해 늘 법원 방청석에만 있다가 피고인석에 앉으니 굉장히 자괴감을 느끼고요. 어쨌든 재판장에 선처를 바란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도 무척 부끄럽습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굉장히 재밌지 않습니까? 저는 그거 볼 때도 트라우마가 올라와요. 또 저 같은 경우 검찰이 6개월을 구형했는데, 경우에 따라선 법정 구속도 될 수 있단 생각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정치권력에 비판적인 취재와 보도에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송 기자는 “이렇게 되면 기자 개인으로서도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언론계 차원에서도 탐사 보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기자협회와 같은 단체들이 비용 지원까진 아니더라도 자문단 마련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한다”며 “언론사 차원에서도 기자 개인적으로 송사를 부담하지 않게끔 제도적인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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