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강조한 김홍일 후보자, 권익위 시절 '이중잣대' 논란

야당, 인사청문회서 검사·권익위원장 당시 이력 들어 "무능·편파" 집중 비판

최초의 검사 출신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선배’인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주최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보단 자질 검증 위주로 진행됐는데, 야당 의원들은 김홍일 후보자의 방송·통신 관련 경험이 전무한 점은 물론이고 과거 검사 시절, 그리고 직전까지 역임한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이력 등을 들어 방통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홍일 후보자는 이동관 전 위원장과 달리 시종 차분한 태도로 말을 아끼는 편이었으나, BBK 사건 등 검사 시절 수사 등에 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했고, 방송의 편파 보도나 포털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 등에 관해선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내로남불 권익위? 내로남불 방통위 될 것”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7월 임명된 이후 지난 22일 퇴임까지 만 5개월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임했다. 지난 6일 방통위원장에 지명된 뒤로도 3주 동안 권익위원장을 겸직한 셈이다.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국민권익위는 방통위가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등을 해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특히 권익위의 ‘이중잣대’가 문제가 됐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권익위가 야권 인사는 신속히 조사하고, 여권 인사는 늑장 조사했다며 편파조사를 문제 삼았다.

대표적으로 권태선·김석환 방문진 이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신고가 접수된 지 20일 만에 조사에 착수해 31일만에 수사기관에 이첩됐고, 남영진 전 KBS 이사장도 신고 접수 4일 만에 조사에 나서 35일 만에 수사기관으로 넘겨졌다.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은 신고 접수부터 긴급 브리핑까지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다. 권익위의 조사 결과 혹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 자체가 근거가 되어 KBS 이사장 등이 해임되고 정민영 위원은 해촉됐다. 반면 현 정권 들어 임명된 박민 KBS 사장이 문화일보 재직 당시 기업 자문역을 맡은 것이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는 신고는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여권 인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70일째 계류 중으로 사실관계조차 파악되지 못한 반면, 야권 인사의 부패신고 평균 처리속도는 약 25일로 여권인사보다 45일 더 빨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홍일 후보자는 “절차대로 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김 후보자는 권익위가 언론장악에 활용됐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시간에 따라 처리의 빠르고 늦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절차가 다르니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박민 사장 사건도 매우 단순하다. 오죽했으면 자기가 직접 권익위에 전화 걸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답변을 받았다고 하지 않나. 이렇게 간단한 걸 두 달이 지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으니,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지 않게 생겼나”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내로남불 권익위에 이어 내로남불 방통위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통위 2인 체제, 바람직하진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

장경태 의원은 특히 권익위원장 시절 권태선·김석환 방문진 이사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방통위에 이첩한 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되어 이들의 해임에 관여한다면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 있다며 “스스로 기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이 해당 사안의 대상이 된 처분 또는 부작위에 관여한 경우’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고 정한 방통위법 제14조1항5호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관해 김 후보자는 “그런 일이 생기면 법 규정대로 하겠다”고만 답했다.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김 후보자의 견해도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월 이동관 전 위원장 취임 후로 지속해 온 5인 정원 방통위의 2인 체제 파행 운영에 대해 “법률적으론 문제없다”며 “2인 체제도 심의·의결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일 서울고등법원이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 해임 후 임명한 김성근 방문진 이사의 임명처분 집행을 정지하며 2인 방통위의 위법성을 확인한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다만 김 후보자는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진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에서 5인 체제로 만들어주시면 업무가 정상화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수사역량이 방통위원장 지명 이유? “검사로서도 무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홍일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에서 “리더십과 수사 역량을 인정받”은 점 등을 요청 사유로 제시했는데, 이와 반대로 검사로서 수사역량이 의심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후보자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BBK 사건 수사가 10여년 뒤 이 전 대통령 유죄 확정판결로 뒤집혔고,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했던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부실수사로 판명 났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김 후보자는 “법과 원칙대로 했고, 당시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정필모 의원 등은 “검사로서도 무능하고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3일 인사청문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일명 ‘김 순경 사건’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현직 경찰관이 기소됐다가 진범이 잡히면서 누명을 벗은 사건으로, 당시 주임검사였던 김 후보자는 경찰이 적용한 폭행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김 순경은 1,2심에서 징역 12년형을 받았다. 김 순경이 풀려난 뒤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고소·고발했지만, 가혹 행위를 한 경찰관만 사법처리됐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민주당에선 당시 사건의 피해자인 김 순경 등을 증인·참고인으로 요청했지만 과방위 여야 간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다. 김 순경은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에 나와 야당 의원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물론 장제원 과방위원장까지 나서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늘 가슴 아프고 지금이라도 저 때문에 어려움 당했던 일에 대해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저도 가슴에 있는 돌 하나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공정’ 강조한 후보자, ‘KBS가 노영방송이냐’ 질문엔 “아니다”

방송·통신 관련 경험 부재로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김홍일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도 정책 관련 질문에는 원론적인 수준 이상의 답변을 거의 하지 못해 야당 의원은 물론 여당 의원에게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을 샀다.

하지만 방송과 포털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 확고한 견해를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공정’이란 표현을 자주 썼는데, “공영방송 등 편향적 보도 때문에 많은 국민이 우려한다”거나 “사회 혼란을 가져오는 허위보도 등은 우리 사회에서 근절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한 “포털의 뉴스 배열이나 알고리즘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검색·제휴 언론사가 선택되는 것도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동관 전 위원장과 달리 표현의 수위나 강도 등은 높지 않았다. 여당 측 주장과 달리 “KBS가 노영방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해 ‘불법정보 유출’로 몰아가는 여당 측 공세와 관련해서도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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