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내년 예산 0원… 법원, 폐지조례 무효 소송은 각하

경영진·서울시 조례 한시연기 요청
수용돼도 퇴직금 지급 등 한정될듯

TBS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위태로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내년도 TBS 지원금을 ‘0원’으로 하는 서울시 예산이 확정됐고,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를 없애는 ‘폐지조례’ 무효확인 소송은 법원에서 각하됐다. 이제 TBS 구성원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오는 22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폐지조례 시행이 단 몇 개월이라도 연장되고, 퇴직금 등의 지급을 위한 예비비 편성 등이 이뤄지는 것뿐인데, 이마저도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등을 의결했다. TBS 출연금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TBS 지원을 위한 출연금을 편성하지 않은 채 예산안을 제출했고, 시의회 상임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원안대로 통과됐다. TBS는 지난 2020년 2월 기존의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독립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출범한 뒤에도 서울시 출연기관으로서 매년 200~300억원대의 예산을 지원받아왔다. 올해는 2020년(388억원) 대비 40% 삭감된 232억원만을 지원받아 제작비는커녕 인건비조차 제대로 지급하기 힘든 형편이었는데, 내년엔 단 1원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당장 다음 달부터 직원들 월급은 물론 퇴직금도 줄 수 없게 된다. ‘벌어서 주면 되지 않느냐’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TBS는 애초 ‘상업광고 불허’ 등을 조건으로 법인 전환을 허가받아 사업수익이 제한적이다. 2022년 기준 출연금과 보조금 외 수익은 90억원 정도로 전체 매출 대비 20%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TBS 구성원들은 폐지조례 시행을 무효로 하거나 멈춰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정중)는 지난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와 TBS기자·PD·아나운서협회 등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폐지조례 무효확인 소송에서 TBS 법인이 아닌 ‘제3자’인 원고들의 당사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소 자체가 부적합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당초 지난 1월 TBS 재단법인을 대표하는 이사회가 행정소송을 하기로 했다가 현 여권(국민의힘) 성향 위주로 이사진이 개편된 후 무산되자 TBS 구성원들이 원고로 나서 제기한 소송이었다. 그런데 폐지조례의 절차상·내용상 부당함 등을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고 원고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각하 결정이 내려지자 이날 재판정에 출석한 TBS 구성원과 전·현직 관계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남은 가능성은 하나. TBS 경영진과 서울시 등이 서울시의회에 요청한 폐지조례 시행의 한시적 연기뿐이다. 올해 마지막 시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22일 폐지조례 시행을 몇 개월이라도 연기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근거로 서울시가 예비비나 추가경정예산 등을 지원하는 방안인데, ‘불가’ 방침을 고수해온 김현기 의장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TBS의 생명 연장 여부가 달렸다. 다만 이렇게 해서 TBS에 대해 일시적인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퇴직금과 임금 지급 등에 한정될 것으로 보여 TBS는 내년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 해제, 민영화 등의 준비와 함께 2024년 말로 유효기간이 끝나는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까지 연이어 고비를 더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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