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조선·언론단체 모두 손사래치는 '검사 선배' 방통위원장

[방송·통신분야 전문성 없는 점 구설]
미디어 관련사건 다뤄본 적 없어
지명 이유로 제시된 건 '인품' 뿐
동아 등 "왜 김홍일인지 설명 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선배’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되자 야당과 언론단체는 물론 보수신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 15년 역사상 첫 검사 출신 위원장 지명을 두고 조선일보는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고, 동아일보는 “왜 대통령 선배 검사인지 설명이라도” 하라고 재촉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 사퇴 닷새 만에 지명된 김홍일 후보자는 27년을 검사로, 이후 10년을 변호사로 살아온 법조인이다. ‘강력통’으로 불렸던 검사 시절은 물론이고 변호사 시절에도 미디어 관련 사건을 다뤘다고 알려진 내용은 없다. 역대 방통위원장 7명 중에 언론 등 미디어 관련 이력이 전무한 건 판사 출신 최성준 전 위원장뿐인데, 그나마 한국정보법학회장 등을 지냈고 지적재산권 전문가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김홍일 후보자 지명 이유로 제시된 건 사실상 ‘인품’ 외엔 없다. 지난 8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더라도 “과거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서, 다양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통신 분야 국민 불편사항을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실효성 있는 국민 피해구제와 미디어 복지 등 디지털·미디어 동행을 구현할 적임자”로 소개됐을 뿐이다.

이처럼 방송·통신 쪽 전문성이 없는 김 후보자의 이력에서 두드러지는 건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직속 상관’이자 측근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만사형(兄)통’으로 불렸던 최시중 전 위원장을 연상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 코드에 맞춘 정치적인 인물”(언론개혁시민연대)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김 후보자가 지난 5개월간 권익위원장으로 재임하며 공영방송 이사 등 해임에 명분을 제공했단 지적도 있다. 권익위는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 등을 조사해 방통위가 이들을 해임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소야대’ 구조로 쩔쩔매던 때엔 야권 측 위원의 이해충돌 위반을 빠르게 확인해 해촉 명분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여야 구도 역전을 끌어냈다. 반면 박민 KBS 사장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된 사건에 대해선 두 달 가까이 되도록 결론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6일 성명에서 “노골적인 이중성과 불공정”이라 비판하며 “국민권익위마저 방송장악 주구로 써먹던 자를 독립성·자율성·공정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내리꽂겠다는 것은 결국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론탄압과 방송장악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광기”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에 지명되고도 권익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 또한 논란이다. 김 후보자는 당초 지난 8일 권익위에서 이임식을 하고 11일부터 방통위원장 인사청문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간단히 언론 인터뷰도 가질 예정이었으나, 돌연 이임식 일정을 보류했다. 김 후보자는 11일 권익위로 출근했고, 12일에도 권익위원장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에는 후보자 자격으로 방통위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손에 떡 쥐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라며 “언론장악에 눈먼 윤석열 정권의 블랙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반복되는 ‘공직 돌려막기’, ‘검찰 중용’ 인사에 여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보수신문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관 전 위원장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문화일보는 지난 7일 사설을 통해 “그러지 않아도 요직에 검사 출신들이 포진되면서 ‘검찰 공화국’ 비판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간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도 다음날 사설에서 “검사 출신의 중용마저도 폭이 넓지 못하고 측근들만 돌려쓰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임명은 그나마 합리적 판단을 하는 보수언론, 혹은 보수 진영 내부 언론계 인사들조차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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