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입주 전남CBS, 임대료 낸다는데…

교인 모금으로 산 부지에 건축
소유권 확보 못해 임대료 납부
분양 실패로 수익 회수도 난항

전남CBS가 교인 모금으로 마련한 부지에 8층짜리 신사옥<사진>을 짓고도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건축비가 없어 CBS 소유의 토지를 시행사에 양도하고, 시행사가 대출을 받아 건물을 세우기로 했는데, 분양에 실패하면서 원래 받기로 했던 건물 두 개 층과 일부 분양수익을 전혀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시행사가 대주단에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전남CBS는 한때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신사옥 자체가 공중 분해될 위기에까지 몰렸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CBS 내부에선 건축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BS는 지난 2015년 10월, 교인들의 모금으로 14억3000만원에 1148㎡(347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다. 위치는 전라남도 순천시 장천동 57-1번지로, 전남CBS는 이 자리에 신사옥을 짓기로 하고 지주공동개발 방식으로 건축을 추진키로 했다. 지주공동개발 방식은 건축비가 없거나 기술이 부족한 토지주가 땅을 제공하면 시행사나 시공사가 건물을 올린 후 분양수익 등을 나누는 방식의 사업이다. CBS는 지난 2019년 11월 시행사에 땅을 매각했고, 건물이 완공돼 분양수익이 나면 이 중 일부를 받기로 계약했다. 구체적으론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건물 중 7층과 8층 도합 1586㎡(480평)를 분양받고 나머지 층 분양수익의 일부를 지급받기로 했다.


이 계획은 지난 2021년 12월 CBS 재단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 진행됐다. 이듬해 2월엔 착공식이 열렸고, 1년 3개월가량 후인 지난 5월엔 드디어 건물이 완공되고 준공허가가 떨어졌다. 문제는 분양이었다. 신사옥이 위치한 곳은 순천시 구도심으로 상권 자체가 쇠퇴하고 있었고 주변 상가 공실도 태반이었다. 이 때문에 분양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대주단에서 128억원을 대출받아 건축비를 조달했던 시행사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소유권 또한 신탁사로부터 넘겨받지 못했고 당연히 CBS에도 등기를 넘길 수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준공 후 2개월 내에 CBS에 소유권 등을 넘겨야 했다.


김중호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장은 “보통 이렇게 되면 대주단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건물을 경매에 넘기고 저희 소유권은 다 날아가게 된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주단이 최근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계속 갚는 조건 하에 경매에 넘기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당장은 계약서가 살아있게 된 셈이니 다행으로 여기고 있고, 이자를 갚기 위해 분양보다 임대 사업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전남CBS는 이에 따라 해당 건물 8층을 일단 임대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12월 이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한다. 본관 외 6개 별관을 쓰고 있는 순천시청도 내년 1월부터 이 건물 4~6층에 입주한다. 권신오 전남CBS 본부장은 “우리로선 시행사를 민형사상으로 고소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그 방식이 과연 사업에 유익할지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했다”며 “시행사가 노력할만한 시간을 주는 와중에 일정이 좀 지연된 것이다. 그 와중에 순천시가 입주를 하게 됐고 다른 임대·분양 및 건물 매각 얘기들이 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20일 이내에 모든 상황이 다 정리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CBS는 향후 분양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계약서대로 건물 두 개 층과 일부 분양수익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CBS 내부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노조 CBS지부는 지난달 19일 낸 성명에서 “수년 넘게 이어져온 신사옥 건축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부분에 이해할 수 없는 의혹과 허점으로 넘쳐난다”며 “온갖 사기와 편법이 판치는 지역 건설판에서 십수억원의 토지 소유권을 먼저 넘기고 건축하는 방식을 동원할 만큼 신사옥이 시급했냐는 의문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축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이번 사태 책임자들을 가려내고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회사의 계약과 돈거래 과정을 투명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의혹에 대한 자세한 자료와 설명을 백서로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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