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발표만으로 끝난 JTBC 희망퇴직 설명회

이수영 대표 "JTBC, 타 종편 수준으로 슬림화"
블라인드엔 경영진 성토 글
내주 월요일 공고 나감과 동시에 희망퇴직 접수

이수영 JTBC 대표이사가 “전체적인 조직 규모를 타 종편사 수준으로 슬림화하고자 한다”며 “희망퇴직을 통해 필요한 수준으로 조직 규모가 슬림화되지 않는다면 권고사직의 시행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이수영 대표는 18일 오후 JTBC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연 희망퇴직 설명회에서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을 시행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이 대표는 “다들 알다시피 회사는 19년도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차입금 증가 등 재무적 부담이 늘어났다”면서 “작년부터 주말드라마를 시작으로 새로 자리를 잡는 예능도 몇 개 확보했지만 광고시장은 이러한 노력과 별개로 30~40% 급감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올 한해 최소한 500억의 매출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고스란히 차입금의 증가로 이어져 연말에는 3000억이 넘는 규모가 예상된다”며 “어려운 우리의 상황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닌데 왜 지금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한 이유가 이 차입금에 있다. 3000억 규모의 차입금은 우리 회사의 신용등급에서 허용되는 한계수준이며, 더 이상은 차입금을 늘릴 수도 없고 늘려서도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콘텐트 경쟁력이 지속 개선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광고시장 상황에서는 기존의 비용구조가 지속된다면 내년에도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고정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를 통해 손익을 확보하고 자금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이어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수영 대표는 희망퇴직안 발표 이후 구성원들이 제기했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이 자리를 빌려 답했다. 이 대표는 경영진 책임과 관련해선 “임원들은 곧 있을 임원인사에서 그룹의 판단을 받을 것이며, 비임원 직책자들도 이번 조치에 예외가 아니”라며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으며, 권고사직이 시행된다면 그 대상 범위에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조정 말고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선 “지난 수년간 조금이라도 손익을 확보하기 위해 편성비 등 비용 축소와 자산 매각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며 △활동성 경비, 마케팅비 감축 △채용 축소 등을 통한 인건비 통제 △창조관 사무 공간 축소 이전 등 임대료 절감 △시사교양프로그램 폐지 △보도, 예능, 드라마 등 전 분야서 100~200억 비용 감축 △음원, IP(지식재산권) 매각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조직 규모를 타 종편사 수준을 기준으로 슬림화하고자 한다”며 “차주 월요일 공고가 나감과 동시에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한다. 별도의 승인 절차를 두지 않고 신청 시 자동 승인이 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JTBC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JTBC 직원은 지난 5월 기준 514명이다. 채널A(375명), TV조선(335명), MBN(335명)과 비교하면 150명가량 차이가 난다.

질의응답 없이 발표만으로 끝난 설명회…"1층에 모여 시위라도 해야 하나"

이날 이수영 대표 설명회 이후 JTBC 구성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질의응답도 없이 이 대표의 일방적인 발표로 설명회가 끝난 데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전혀 양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설명회엔 동시 접속자 수가 한때 450명이 될 정도로 구성원들 관심이 높았으나 30분도 채 안 돼 종료됐다.

설명회 직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JTBC 게시판엔 경영진을 성토하는 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한 JTBC 직원은 “마치 광고 시장이 좋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생긴 사태처럼 말하지만 수십억 단위의 인사 영입과 실패의 반복, 페리 구입 및 유지 등 경영진의 결정으로 크게 나간 비용은 이 사태에서 자유롭느냐”면서 “제대로 된 문제의 진단도 없이 본인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직원들만 내모는, 직원들 간 분쟁이 생기기를 바라는 듯 할당량으로 협상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자체에 반대한다”고 썼다.

다른 JTBC 직원도 “핵심은 전혀 들어가 있지도 않고 도망가기에 급급한 모습에 너무나 기가 찬다”며 “무려 ‘구조조정’을 그것도 ‘대표’가 직접 발표하는 자리니 적자 상태에 이르게 된 주요한 원인을 회사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그래서 앞으로 회사를 살려나가기 위한 로드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정도는 설명해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희망퇴직은 월요일부터 받겠으니 많이 나가라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이었나 보다”고 적었다.

이어 “권고사직 대상자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는지, 이것이 1차 구조조정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맞는지 등 질문에 대해선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느냐”면서 “다같이 1층에 모여 시위라도 해야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볼 수 있는 건가. 할당량을 누가 더 적게 가져가느냐로 포커싱 되는 것이 아닌 현 사태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적으로 떠넘기는 이 일방적인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블라인드에선 중앙홀딩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JTBC 한 직원은 “매년 계열사로부터 수백억씩 받으면서 경영자문을 하고 있는 홀딩스, 계열사들의 판단에 맡기는 자율경영이라면서 계열사가 성과 달성하면 연동해서 성과급 받고 있는 홀딩스”라고 적으면서 “계열사들의 적자 상황에서 홀딩스는 지금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가? 유리한 땐 숟가락 얹고 불리할 땐 나 몰라라 하는 홀딩스부터 돌아보고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중앙일보·JTBC 노조는 설명회 직후 대의원회를 열고 회사의 희망퇴직안을 긴급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경영진에 대한 분노와 함께 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중앙·JTBC 노조는 이를 토대로 회사에 추가 설명을 요구하고 향후 대응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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