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장인 김의철 KBS 사장이 방송의날 기념식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급격하고 인위적인 변화는 공영방송 독립과 존립에 커다란 위협”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지상파의 위기는 미디어 공공성의 소멸 위기”라고 말했다.
한국방송협회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제60회 방송의날 기념식을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4년 만에 열린 지난해 기념식에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축사를 대신 전했으나 올해 한 총리는 축사를 보내지 않았다.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불참했다. 지난해 기념식에 참석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과 달리 지난달 28일 취임한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은 올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방송협회장으로서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의철 KBS 사장은 자신의 해임 절차와 수신료·전기요금 분리징수, 잇따른 공영방송 이사 해임 등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환영사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콘텐츠 수출액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의 맏형인 지상파 방송은 광고매출의 급락, 제작비의 급격한 상승, 여전히 견고한 법·규제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더욱이 최근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공영방송의 이사들이 잇따라 해임되고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의 재정적 기반이 와해되는 등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급격하고 인위적인 변화는 공영방송 독립과 존립에 커다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미디어 공공성은 디지털 대전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우리사회의 중요한 자산이자 가치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김 사장은 “우리 방송이 미디어 공공성의 위기를 창조적으로 혁파하고 주어진 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강력히 지원해주시길 방송계를 대표해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특히 국민의 뜻이 미디어 정책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방송의 역사는 K-컬처의 역사”라며 “K-컬처는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직면한 상황에 새로운 활력소가 돼 콘텐츠 산업이 수출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우리 방송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컨텐츠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공공성까지 요구받고 있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회도 방송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기보다 변화의 새 물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춘 규제 혁신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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