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방통위 김효재 대행체제서 네 번째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방통위 파행체제에서 네 번째 해임
KBS 보궐이사에 황근 선문대 교수 추천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30일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된 이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가 해임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김 대행의 임기는 이틀 뒤 만료된다.

방통위는 21일 비공개 전체회의 결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통지 및 청문을 거쳐 권 이사장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이 방문진 이사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2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제30차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방통위가 내세운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는 크게 4가지다. △MBC 및 관계사의 경영 손실을 방치한 관리·감독 의무 소홀 △MBC의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해태 △MBC 사장 선임과정에 대한 부실 검증 등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이다. 이날 방통위가 공개한 ‘방문진 검사‧감독 결과 보고서’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권 이사장은 방통위 의결에 앞서 “방통위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임 사유로 삼았다”며 반발해왔다. 권 이사장은 20일 김 대행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해임 사유로 거론된 MBC와 관계사의 경영손실 부분은 본인이 이사장으로 재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2021년 8월 출범한 12기 이사회는 위 사안들에 대해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지속해서 관리·감독을 했지, 이를 방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권 이사장은 “방통위는 소홀한 관리·감독을 해임 사유로 내세우면서 정작 관리·감독한 것에 대해선 독립성을 침해한 직권남용이라며 또 해임 사유로 들었다”며 “한편으론 방문진 이사회가 방통위 마음에 들지 않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방치한 것이 해임 사유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이사장이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까지 이사회 논의를 거치지 않았으니 해임 사유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해임 의결 직후 MBC 구성원들에게 “무슨 짓을 해서라도 MBC를 장악하고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겠다는 ‘막가파식’ 정권의 칼춤은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며 “하지만 물러서지 않겠다. 방통위 처분에 대해 필요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권 이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해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방통위를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을 내어 “방통위는 오로지 방송장악이라는 목적 아래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해임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임기를 불과 이틀 남기고, 비정상적 방통위 구조를 활용해 저지른 만행이자 법도 절차도 짓밟은 막가파식 폭거”라고 비판했다.

방통위원 3인 가운데 유일한 야권 인사인 김현 위원은 “권 이사장 해임은 법, 원칙, 절차, 해임 사유 등 김효재 대행의 직권남용의 종합세트”라며 해임 무효를 주장했다.

김현 위원은 “방문진 이사장 해임 사전통지 및 청문절차 진행 결정은 위원장 전결 사항이라며 보고와 논의 없이 군사작전 펼치듯 처리했다. 방통위 소관 규정에는 ‘위원장 전결 사항’임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청문절차 역시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고 ‘답정해임’이라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현 위원은 “김효재 대행은 노골적인 ‘청부해임’이 임기 내에 마무리됐다고 미소 짓고 있겠지만, 법·원칙·절차를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은 무효”라며 “과거 법의 심판도 그랬다. 불법과 부당 행위 역시 엄정한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방통위는 지난 14일 해임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후임 보궐이사로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임명되면, 임기는 내년 8월31일까지다. 보수언론학자로 평가받는 황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KBS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앞서 지난 18일 성명을 발표해 황 교수가 KBS 이사로서 부적격하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황 교수는 MB시절 KBS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며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없어지고 정치인인지 방송인인지 모를 정도로 국회의원들이 TV에 얼굴을 내밀고, 대통령 부부의 동정을 프로그램으로 내보내는 KBS. 황 교수가 그동안 수차례 주장해 온 것처럼 MB시절 KBS에서는 편성규약이 무력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KBS본부는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은 KBS의 오점으로 남아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아낼 방법이 바로 편성규약”이라며 “그런데 편성규약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공영방송 KBS의 이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황 교수를 임명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KBS를 이명박 시대로 되돌리겠다는 야욕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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