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로 차기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차 변호사는 이번 임명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네 번이나 하게 됐다. 방통위는 KBS 보궐이사 후보엔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9일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방통위가 임명한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지난 7일 자진사퇴한 임정환 전 이사의 후임으로, 임기는 내년 8월12일까지다. 차 이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09~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방문진 이사를 역임했다. 그 직후 2018년까지 3년간 KBS 이사로도 재직했다.
서기석 KBS 이사 후보는 지난달 해임된 윤석년 전 이사의 후임이다. 방통위가 의결한 이사 추천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서 후보는 윤 전 이사의 잔여임기(2024년 8월) 동안 KBS 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번 임명‧추천으로 방문진 이사 여야 구도는 3대6, KBS 이사회 구도는 여야 5대6으로 재편됐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는 재직 상임위원 3인 가운데 정부‧여당이 추천한 2인(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상인 위원)의 참석과 의결만으로 진행됐다. 야당 추천 인사인 김현 상임위원이 이사 임명‧추천안 상정에 반대하며 불참했기 때문이다.
김현 위원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보내 “임명 기준으로 볼 때 방문진 보궐이사 자리는 야당 추천 몫인데, 이에 대한 해석도 못 한 채 몽땅 여당에서 추천한 것”이라며 “이번 의결 안건 상정엔 보고 절차도 생략됐다. 김효재 직무대행의 임기인 오는 23일 이전에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차 이사의 자격을 비판하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MBC본부는 “차기환은 유례없는 ‘공영방송 이사 3연임’을 누렸던 대표적인 극우 편향 인사”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이었던 인물을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것은 MBC를 또다시 암흑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망가뜨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MBC본부는 “차기환은 방문진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정치적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MBC의 암흑기를 주도했다”며 “김재철 사장의 전횡을 전폭 지원하면서 MBC의경영은 물론 편성과 보도, 제작 등에 끊임없이 관여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철저히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MBC본부는 “과거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로서의 이력, 극우 편향적 행보 등을 고려하면, 차기환은 방문진 이사가 절대 되어서는 안 될 인사의 표본”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광기를 내려놓고 이성을 찾으라. 법과 절차, 전례를 무시한 차기환 임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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