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를 추진하는 가운데 방문진 이사들이 “해임청문절차 개시통보는 절차상, 내용상 하자가 있는 위법한 처분이므로 해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들은 8일 긴급하게 소집한 임시이사회에서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해임청문절차 개시통보에 관련한 보고와 논의의 건’을 심의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내기로 의결했다. 여권 추천 이사인 김도인·지성우 방문진 이사는 입장문 내용에 반대해 퇴장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입장문에서 “방통위가 해임 사유로 적시한 사안들은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정당하게 수행한 업무이거나 현 이사회 재임 기간 이전에 발생한 사안”이라며 “현 이사회는 2021년 8월13일 임기가 시작된 이후부터 위 사안들에 대해 이사회에서 보고받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MBC 관련 규정의 정비를 지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을 했으며 이를 방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방통위가 “해임 사유로 삼고 있는 지난 2월 사장 선임 절차는 시민평가단을 거쳐 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에서 논의해 진행한 것으로서 특정 이사에 대한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옵서버 파견은 사장 선임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방문진으로서 MBC 감사에게 요청하고 그 동의와 협조를 바탕으로 진행한 것으로서 방문진은 MBC 감사의 감사 업무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임 사유로 거론된 감사원법 위반 및 공공기록물법 위반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지난 2월부터 실시된 감사원의 감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단에 불과한 사유를 해임 사유에 포함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조그만 기업도 직원 해임하려면 재심까지 해"
이날 입장문을 내기 전, 방문진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해임 사유의 타당성이 부족하고, 감사·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임이 추진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방통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능호 방문진 이사는 “해임 사유가 있어 이사장을 해임하는 게 아니라 해임하기 위해 긁어모아 해임 사유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군다나 이렇게 쫓기듯이 갑작스럽게 KBS 이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을 동시에 해임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항간에서 얘기하듯 공영방송 이사장을 해임시키고 이사진을 개편해, 결국 자기네들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혀 두 공영방송을 정권 홍보방송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강중묵 방문진 이사도 “조그만 기업에서도 직원을 해임하려면 징계 사유가 있고 그에 대한 조사와 인사위원회 구성, 본인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 재심까지 있다”며 “명색이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하면서 사유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고 제대로 조사를 한 적도 없다. 설사 조사 결과가 나와 해임 사유가 있다 해도 그에 대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 절차상으로 맞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상대로 해임을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했다. 해임 사유는 권태선 이사장의 경우 △MBC 경영 및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으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 △방문진 이사장으로서의 법령 준수 의무 위반 등이다. 김기중 방문진 이사는 안형준 MBC 사장의 주식 명의 대여 의혹과 관련한 MBC 특별감사에 참관인으로 참여해, 감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주요 해임 사유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지난 3일 권태선 이사장에 해임처분 사전통지서를 전달했다. 김기중 이사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송달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에 대해선 오는 14일 청문 절차를 진행하고, 16일 전체회의에서 해임제청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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