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현장 검사·감독을 예고한 가운데 감사원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지난달 초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단식 농성으로 배수진을 치며 방통위가 한 발 물러선 듯했지만 결국 방문진에 대한 동시 검사·조사가 현실화된 셈이다. 일각에선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조사를 계기로 야권 방문진 이사들이 수사를 받고 해임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방문진에 공문을 보내 권태선 이사장의 소환 일정을 통보했다. ‘방문진의 문서 관리 및 자료 제출 등에 관한 사항’으로 조사할 것이 있다며, 바로 다음날인 21일에 이사장의 출두를 요구했다. 당시 건강상 문제가 있던 권태선 이사장은 조사 일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몇 차례 실랑이 끝에 결국 오는 3일 감사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데 합의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방문진에 대한 6개 감사 항목에 대해선 전혀 묻지 않고 완전히 별건이라고 할 수 있는 문서 관련한 것들을 조사한다는데,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을 주장하며 저희가 자료 제출을 안 했다고 할 텐데 실제로는 저희가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다. 감사원 감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논의한 이사회 회의록, 속기록 정도만 내지 않고 가지고 있는 자료는 거의 다 제출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에 대해 질문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다음날엔 방통위가 방문진에 대한 현장 검사·감독을 진행한다. 방통위는 오는 4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실지 검사·감독을 진행한다고 지난달 27일 방문진에 통보했다. 이번 검사·감독엔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 등 6명이 파견되며, 이들은 안형준 MBC 사장의 주식 차명 보유 문제와 방문진 법인의 사무 전반에 대해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6일 방문진에 자금과 운영, MBC 관리·감독에 관련된 자료 일체를 요구했고 13일부턴 현장 검사·감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다만 김현 위원이 단식 농성으로 배수진을 치며 ‘감사원 감사 기간 중’에는 검사·감독을 중단키로 합의했다. 이번 현장 검사·감독은 감사원 휴가 기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17일 이사회에서 방통위의 검사·감독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의결한 방문진은 이번 현장 조사에서도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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