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한 수신료‧전기요금 분리징수에 이어 여당이 수신료 납부 자체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야당은 기존 통합징수 방식을 상위법에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수신료’를 둘러싼 법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TV수상기가 있더라도 KBS를 시청하지 않거나 유료방송에 가입했다면 수신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해주는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방송법 제64조는 ‘TV수상기 소지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방송법에 따라 국민의 수신료 납부 의무는 그대로이지만, 정부가 주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2일 시행되면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7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법에 ‘수신료를 위탁받아 징수할 때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행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기존처럼 하나의 고지서로 수신료를 통합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성중 의원이 21일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수신료 납부 대상에 예외를 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헬스장, 호텔, 병원, 학교, 오피스텔 등 TV수상기가 있어도 시청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수상기에 대해 수신료 제외 △유료방송 가입자에게 수신료 전부 또는 일부 감면 등이다.
박 의원은 이 법안에 ‘국민수신료 갈취 거부법’이라는 명칭을 붙여 “수신료‧전기요금 분리징수 이후 국민에게 수신료 납부의 선택권을 진정으로 부여하는 것”이라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박 의원의 그릇된 언론관’을 지적하며 해당 법안을 비판했다.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수신료 수입이 끊어지면 방송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심각한 훼손을 입고 TV수상기 소지자에게 수신료 부과는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며 “KBS를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신료를 면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공영방송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KBS본부는 “그동안 박 의원은 공영방송이 '민주당과 민노총, 좌편향을 위해 방송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왔다”며 “정부여당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목소리는 듣기 싫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언론정책이 나올 수 있나. ‘수신료 갈취 거부법’ 같은 터무니 없는 법안은 국민의힘이 가진 터무니없는 언론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전국언론노조도 성명을 발표해 “수신료의 개념부터 잘못 알고 있는 박 의원이 선두에서 무지와 무개념으로 진행하는 수신료 분리징수 등 일련의 공영방송 흔들기의 목적은 바로 방송장악”이라며 “국민에게 분리징수와 선별 납부의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면 수신료가 아니라 저렇게 수준 미달의 입법기관에 쓰이는 국민의 세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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