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숲, 좋은 기사 모방·분석할 레퍼런스 됐으면"

[인터뷰] 뉴스앱 '단독의숲' 운영하는 이창수 전 세계일보 기자

‘단독의숲’이란 사이트(https://dan doc.kr)가 있다. 지난 3월 말 론칭한 뉴스앱은 그 이름대로 국내·외 언론의 ‘단독’과 ‘탐사’ 기사만 한 데 모아 제공한다. 사이트를 통해 뉴스 제목과 첫 문단을 간략히 보여주고, 클릭하면 해당 매체로 연결해 전문을 볼 수 있게 했다. 방대한 뉴스의 숲에서 훌륭한 나무만 선별해 정원을 꾸린 누군가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기획과 개발을 직접 하고 현재 5~6개월째 운영도 맡고 있는 이창수 전 세계일보 기자에게 지난 13일 전화를 통해 물었다. “좋은 기사를 많이 보고 찬찬히 읽고, 분석과 모방을 시도해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왔고, 기자 시절 후배들한테나 강연 자리에서 그렇게 말해왔어요. 그럴 때 기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 사이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탐사기자들이 몇 달 취재한 보도가 상이라도 받으면 기록이라도 남지만 대부분 사라지는데 모음집을 만들어보자는 오랜 생각이 개발을 배우며 가능해진 거고요.”

언론사의 ‘단독’과 ‘탐사·기획보도’를 한 데 모은 아카이브 프로젝트 ‘단독의숲’을 기획, 개발한 이창수 전 세계일보 기자의 모습. 신문사 기자생활 이후 스타트업을 거치고 머신러닝 등을 공부한 끝에 현재 개인사업을 준비 중인 그는 지난 3월 해당 사이트를 론칭했고 사비를 들여 운영 중이다. /이창수 제공


다니던 스타트업에서 나오며 갑작스레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2015년 세계일보에 입사해 경찰팀, 탐사팀, 문화부, 법조팀 등을 거친 그는 대검찰청을 출입하던 2021년 미디어스타트업 ‘얼룩소(alookso)’ 창립 멤버로 합류하며 언론사를 나갔다. 입사한 회사에서 곧 다시 나가며 머신러닝과 딥러닝 엔지니어링을 배웠고 이후 ‘창톡’이란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프로덕트팀장 겸 개발자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 초 또 나오며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특히 프로젝트의 한 축인 ‘단독기사 모음’에 개발자로서 도전하는 의미가 컸다. “딥러닝을 배울 때 기사 본문을 요약해 제목을 만들어주는 자연어처리 모델을 하다가 ‘뉴스 스크래핑 머신’을 만들었는데 성능이 괜찮았거든요. 갑자기 시간이 남는데 ‘이걸 디벨롭하자’ 한 거죠. 많이 쓰진 않는데 몇몇 기자들, 온라인팀에서 단독 체크 용도로 쓴다고 해서 의미는 있구나 하고 있어요.”


여기 언론인 ‘이창수’의 오랜 노력과 고민 흔적인 ‘개인 아카이브’를 추가한 게 프로젝트의 전모다. 타사 동료 3~4인과 ‘기사연구회’ 등 모임활동을 해오며 개인적으로 모으고 공부하고 가까운 기자에게 공유해주던 훌륭한 ‘탐사·기획보도’ 100여개를 함께 제공키로 했고 공동으로 업데이트 중이다. “이달의 기자상과 방송기자상 수상작을 올리고” “수상하지 못했더라도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나 분석이 어려웠을 데이터 저널리즘을 정성적으로” 판단해 챙긴다. 그렇게 ‘탐사·기획’은 현재 220건이 쌓였고,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단독’은 2만여 건이 축적됐지만 돈 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탁월한 저널리즘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개인의 실행은 매달 서버비용으로 20만원 가량의 사비를 요구한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 광고를 붙인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영리추구 느낌이 들어가면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기자생활하면서 많은 선·후배들에게 배우고 도움을 받았는데 이 정도 지출은 감당해도 되지 않나 생각해요.”


수차례 기자상을 수상했던 전직 기자는 최근 대구로 이사를 해서 할아버지 이름을 건 브랜드 사업을 준비 중이고, “언론사 밖에서 배운, 특히 스타트업의 생산성이나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언론계에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 기자는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어떤 ‘태도’에 가까운 문제고, 실제 그는 계속 기자로서 살아왔다. 이번 프로젝트나 저널리즘에 대한 꾸준하고 진지한 개인기록에서 나아가 모임 기자들과 ‘논픽션 레전드’들을 인터뷰한 책 출간을 앞두는 등 기자 일과 고민을 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멋쩍긴 한데 모임을 몇 개 만들어 저널리즘 고민도 계속하고 스스로 아직 기자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80~90세까지 기자로 현장에 있겠다는 꿈도 그대로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기자 작업도 할 거거든요. 언론사 소속은 아니지만 다른 길을 간 거 같지 않고, 앞으로 계속 뭔가 하고 있을 거 같아요. (탐사) 아카이브는 기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일단 1000건까진 모아보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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