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2일 시행되자 김의철 사장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김 사장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해 “이번 개정 과정의 문제점을 밝히는 일에 앞서 KBS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 KBS가 존재 가치를 국민들께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반성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최근 KBS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내외부에서 지적받은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의 부족 부분을 적극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선언했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우리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사장은 KBS의 자구노력이 성과를 내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사장은 “지난 35년간 바뀌지 않은 방송법을 달라진 사회환경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그간 KBS는 제도변화를 요청해왔지만 정부는 방송법을 방치한 채 1994년 이후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어떠한 구체적 검토와 논의 없이, 부정확한 온라인 토론 결과 하나만을 근거로 초고속으로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징수하면 매년 약 2000억원 이상의 징수 비용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분리 징수 시에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되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불거져 국민 불편이 오히려 가중될 거라고 했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고지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KBS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적 이익을 높이는 순기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너른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다음은 김의철 KBS 사장 대국민 호소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KBS 사장 김의철입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텔레비전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습니다.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개정안은 유예기간도 없이 즉시 시행되었습니다. 올해 3월 대통령실의 온라인 국민제안을 시작으로,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된 지 약 넉 달 만입니다.
이번 개정은 꼭 필요한 합의와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추진되었습니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개정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개정 과정의 문제점을 밝히는 일에 앞서 저는 KBS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KBS가 상업방송사들이 하기 어려운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 KBS가 존재 가치를 국민들께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저희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는 KBS의 사장으로서 KBS 구성원들에게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했습니다. 내외부에서 지적 받고 있는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고쳐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우리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 35년간 바뀌지 않은 방송법을 달라진 사회환경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간 KBS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사회적 역할과 공적책무, 서비스의 범위, 그에 걸맞은 재원조달 방식에 대한 제도변화를 꾸준히 요청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방송법을 방치한 채 1994년 이후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어떠한 구체적 검토와 논의 없이, 부정확한 온라인 토론 결과 하나만을 근거로 초고속으로 폐기했습니다.
수신료 징수방법에 여러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분리징수는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정부는 이번에 시행령을 개정하는 사유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선 수신료 징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듭니다.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있는 일본 NHK의 경우 매년 약 6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수신료를 걷는 데 쓰고 있습니다. 이는 수신료를 전기료에 통합징수하고 있는 KBS가 한국전력에 지급한 수수료 465억 원의 13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NHK의 수신료는 KBS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징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KBS의 수신료 2,500원을 전기료와 분리징수 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수신료의 경제적 의미를 사실상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즉,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KBS가 지역방송, 재난방송, 장애인방송, 국제방송, 비인기 스포츠 방송 같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해야 할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 약 2천억 원 이상을 징수 비용으로 낭비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국민께 돌려드릴 공익적 프로그램의 축소 및 폐지가 불가피합니다.
또한, 시행령 개정으로 수신료가 분리징수 되더라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징수 과정에서 벌어질 사회적 혼란과 갈등으로 인해 국민 불편이 오히려 가중될 것입니다.
이처럼 수신료 분리고지가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KBS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KBS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수신료의 결합고지가 정당하고 납부 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습니다. 아울러, 수신료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한 영역이어서 수신료의 징수 방식과 절차 모두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입법사항이라고 사법부가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KBS는 지난 달, 헌법재판소에 입법예고 등에 관한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조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아 헌법소원을 제출했습니다. 이 같은 법률 대응을 통해, KBS는 정부가 강행한 수신료 분리고지 조치가 공영방송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지 확인하고 어떤 형태의 수신료 징수방식이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을 드릴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불편과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KBS는 국민 여러분이 입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조속히 한국전력과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정부에도 호소합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의 권고를 선택적으로 이행하지 마시고, 진정으로 공영방송 제도가 적절히 운영되어 국민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고,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영방송의 책무와 그에 걸맞은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논의 절차를 마련해 주십시오.
KBS는 국민 여러분께서 지적하시는 공정성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경영 혁신과 효율화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적 이익을 높이는 순기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너른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3. 7. 12.
한국방송공사 사장 김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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