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대통령실이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일주일만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방통위 움직임을 ‘월권이자 비정상적인 폭주’로 규정하며 방통위 해체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2일 오후 2시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계획을 논의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KBS본부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폭주”라며 방통위 행보를 비판했다. 방통위원 정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5명이지만, 재임 중인 위원은 여야 2대1 구도로 3명뿐이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사건으로 기소된 한상혁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면직됐고, 여당이 추천한 위원 후보는 석 달째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못해서다. 3인 체제에서 여당 추천 인사인 김효재 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직무대행은 직무대행일 뿐이다. 방통위 일상 업무만 차질 없이 처리하면 될 뿐 그 이상을 한다면 분명한 월권”이라며 “5기 방통위 임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도, 그 짧은 시간을 견디지 못해 권고안 발표 열흘도 안 된 시간에 수신료 문제를 처리하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방송법 시행령상 징수방식을 규정한 조항은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43조 2항이다. 이에 따라 수신료를 위탁징수하고 있는 한전은 전기요금 고지서에 ‘수신료’를 명시해 통합징수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면 분리징수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KBS본부는 “통합징수는 1994년 당시 국회와 방송위원회(방통위 전신) 등이 1년 넘는 숙고와 토론회를 거쳐 만들어낸 사회적 합의의 결과”라며 “사회적 합의마저 무시한 수신료 분리징수는 ‘시행령 정치’의 재방송이다. 시행령으로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를 뭉개는 건 명백히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기준 연 6935억원으로, KBS 전체 재원의 45%가량이다. KBS는 분리징수가 현실화하면 수신료 수입이 연 1000억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S본부는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로 재정을 끊어 KBS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30년을 이어온 수신료 제도를 불과 몇 개월 만에 뒤집으려 한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통령실이나 방통위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날 강성원 KBS본부장은 “이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수신료 분리징수 재원의 합당성, 절차성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이 정권의 언론탄압 폭주는 상상 이상”이라며 “방통위는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3인 체제에서 중차대한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다루는 게 말이 안 된다. 시행 개정을 저지하는 순간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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