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삼 전 사주조합장 "더 이상 희망 품을 수 없어" 서울신문에 사표

경영진 향해 "스스로 회사 떠나라"

박록삼 전 서울신문 사주조합장

서울신문 사주조합장을 맡아 호반의 서울신문 인수 반대를 이끌었던 박록삼 서울신문 기획위원이 23일 사표를 냈다.

박 위원은 이날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앞서 서울신문을 떠난 선후배들처럼 저 역시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게 됐다”며 “희망휴직 신청조차 마치 경영진의 신성불가침 권한인 양 거부하는 상황에서 꼬박 24년간 몸담았던,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서울신문을 떠나려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떠나는 마당에 남기는 서울신문에 대한 충언”이라며 서울신문 전체를 떠도는 무기력함과 낭패감, 절망감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1년 남짓 뉴스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본부 소속 사원들 33명이 서울신문을 떠났다. 며칠이 멀다 하고 ‘누구누구가 어디로 옮긴다더라, 회사 관둔다더라’ 등 얘기가 끊임없이 흉흉히 떠돌았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남아 있는 이들의 무기력함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 ‘나도 기회만 되면 나가겠다’는 분위기가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박 위원은 비상경영을 선포해도 모자랄 상황인데도 사장 등 서울신문 경영진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장 및 경영진은 회사 전체를 떠도는 무기력함과 낭패감, 절망감을 다독여주지 않는다”며 “대규모 이탈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없었다”고 했다.

박 위원은 “조직 내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찾고,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이를 보완하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경영진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 과제이자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우리 조직이 극심한 내홍을 겪었음을 감안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조직의 통합과 화합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경영진 핵심 책무이자 제1의 과제”라며 “하지만 오히려 ‘싫으면 나가라, 사표 받아주마’라며 조직 내부 갈등을 더 부추기는 식이었다. 있는 정, 없는 정 몽땅 떨어지게 만든 셈이다. 남아 있는 이들의 등까지 떠밀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했다.

또 그는 “지난 4월1일 저에 대해 이뤄진 인사를 보고 최근 1년 남짓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대한 인식은 더더욱 명확해졌다”며 “당사자에게 단 한 마디 사전 협의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박 전 조합장은 지난 4월1일자로 논설위원에서 기획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박 위원은 회사 경영진을 향해 “늪으로 빠져드는 듯한 현재 서울신문의 모습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면, 또한 서울신문 및 후배들에 대한 최소한 애정이나마 남아 있다면, 새로운 서울신문을 만들 비전과 역량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쯤에서 스스로 회사를 떠날 것을 권한다”면서 “그것이 방황하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예의이고, 서서히 망가져가는 듯한 서울신문이 다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서울신문은 어떤 상황에서도 죽은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고통스럽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갖고 많은 이들의 고민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발전적인 제안과 비판을 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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