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대통령실의 나쁜 포퓰리즘"

한국언론정보학회 수신료 세미나
KBS 내부 혁신 주문 목소리도

대통령실이 띄운 ‘TV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에 KBS가 휘청이고 있다. 공영방송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하는 움직임에 언론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3일 공영방송 연구자들이 모여 개최한 특별 세미나에선 수신료를 정치적 도구로 만든 대통령실을 향해 비판이 나온 한편 KBS 내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감대를 얻었다.

이날 한국언론정보학회는 KBS 후원으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정치적 독립성 – 수신료 징수 효율성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과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해외 사례와 KBS를 비교‧분석하며 공영방송 재원 독립성의 기반으로서 수신료의 중요성, 수신료를 둘러싸고 논의해야 할 문제 등을 제시했다.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언론정보학회가 3일 KBS 후원으로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정치적 독립성 – 수신료 징수 효율성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열어 KBS 수신료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KBS 제공

이어진 토론에 참여한 언론학자들은 ‘TV 수신료 분리 징수’가 사회적 합의나 정부 차원의 정책적 맥락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해 납부 정당성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현재의 위탁징수 방식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지만 정부여당이 이를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분리 징수 시도는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며 “‘국민제안’을 통한 대통령실의 의견 수렴은 정치적 호도이다. 이를 전체 국민의 여론으로 볼 수 없고, 수신료 분리 징수 같은 사안을 여론조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대통령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당의 행태를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여당은 현수막 정치로 전국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내걸고 있다”며 “법 개정 등 정책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납부선택권’이라는 말로 대중들을 자극해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분리 징수’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신료 제도 전반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실은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을 바꿔 한전과의 위탁징수 계약을 취소하게 할 수 있다. KBS로선 징수 방식을 바꿔서 풀 것인지, 수신료를 조세화할 것인지, 미디어 서비스 자금으로 쓸 것인지 등 논의의 커다란 담론을 내걸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언론정보학회가 3일 KBS 후원으로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정치적 독립성 – 수신료 징수 효율성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열어 KBS 수신료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KBS 제공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화 BK교수는 정치권이 수신료를 이슈화해 KBS를 공격하는 양상이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분리 징수 프레임에 말려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KBS 내부의 통합과 혁신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외부 문제뿐 아니라 KBS 내부 구성원들의 정파적 분열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왜 KBS가 중요한지, 수신료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담보할 것인지 내부에서 먼저 고민하고 설득해 정당성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KBS를 향한 국민의 애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공영방송 KBS가 우리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한국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KBS의 역할,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일, 보편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지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목표를 KBS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쟁점에 매몰되지 않고 수신료 제도의 사회화로 의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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