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추천 뭉개고 대통령몫 임명도 침묵… 장기 파행되나

방통위원 5명 중 2명 공백
남은 위원 임기 끝나는 8월 후 정상화 전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공백이 지속되면서 방통위 업무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부로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2명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방통위원 추천권이 있는 여야가 추천 인사를 두고 정쟁을 벌이는 가운데,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시간을 끌고 있어 남은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8월 이후에나 방통위가 정상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5일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 김창룡 위원이 퇴임했다. 방통위 설치법 제7조에 따라 위원의 결원이 생기면 결원된 날부터 ‘지체 없이’ 새 위원이 임명돼야 하지만 아직도 두 자리는 공석이다. 방통위원은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 위원 3명 등 모두 5명이다.

이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1명은 여당이, 2명은 야당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안 전 부위원장은 현재 여당이자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야당 시절 추천한 인사다. 김 전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방통위원으로 추천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방통위원 5명 가운데 2명의 임기가 종료된 상황. 위원 공백이 지속되면서 방통위 업무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최 전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방송 장면 캡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0일 안 전 부위원장의 후임으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이 자리가 과거 야당 추천 몫이었기 때문에 지금 야당인 민주당에 추천권이 있다는 해석이었다. 민주당은 같은 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 추천안’을 단독 의결했다. 최 전 의원 추천안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그간 여러 방송에서 민주당 쪽 패널로 활동한 최 전 의원의 정치적 편향성 등을 문제 삼아 후보 철회를 요구해왔다. 또 과거 미래통합당이 추천했던 안 전 부위원장 자리에 민주당이 후임을 추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의 후임은 대통령이 지명해야 하지만 아직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엔 ‘최민희 추천안’에 대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반감이 있다. 지난 9일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는 성명을 발표해 민주당에 최 전 의원 추천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이튿날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전태일 열사에 비유하는 권력 아첨꾼인 최 전 의원에게 공정이 생명인 방통위원직은 애초에 맞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여당의 공세에 동조했다. 10일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참모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최 전 의원을 방통위원으로) 임명을 안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동아일보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임명 결정 여부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이 최 전 의원을 임명하지 않거나 임명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 전 의원을 추천한 민주당은 여당과 대통령실 대응에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문제는 방통위원으로서 결격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서면브리핑에서 “야당 몫 인사에 야당이 추천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라며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 야당 인사라고 해서 국회의 결정을 거부하며 몽니를 부리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방통위원 임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했다.


최 전 의원 논란과 맞물려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거취에도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과 관련해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지난달 30일 기각되고, 예정된 수순으로 보였던 검찰 기소도 늦어지면서 거취 논란은 잠시 소강상태다. 검찰 수사에서도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소만으로도 한 위원장은 흔들릴 수 있다.


한 위원장이 기소됐을 때 해임되거나 직위 해제될 수 있는 근거로 두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재승인 의혹으로 방통위를 감사했던 감사원이 대통령에게 한 위원장 해임제청을 하는 경우다. 국가공무원법 적용 가능성도 나온다. 제73조의3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정무직인 방통위원장의 거취를 공무원법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김현 방통위원은 지난달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무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방통위원은 탄핵으로만 직무가 정지될 수 있는데,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대통령이 해임하면 다툼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 경우 한 위원장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야 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기소되지 않고 위원 공석이 언제 채워질지도 기약할 수 없는 현재로선 방통위 업무 파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위원 가운데 한 위원장 임기(대통령 추천 몫)는 오는 7월 31일, 김현 위원(과거 여당·민주당 추천)과 김효재 위원(과거 야당·국민의힘 추천)의 임기는 8월2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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