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에 맞서 자유언론 투쟁을 벌이다 해직된 언론인들이 “언론의 자유가 끔찍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며 현 정권의 대언론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는 17일 각각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앞에서 결성 48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단체는 지난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이 발표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계기로 유신정권의 반민주적 행태에 저항해오다가 이듬해 동아일보‧동아방송, 조선일보에서 강제 해직된 언론인들이 발족했다. 이들은 올해로 48년째 동아와 조선에 사죄를 촉구하며 언론현실을 향해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동아투위는 결성 48주년 성명에서 “(자유언론실천선언 발표 이후) 유신정권은 광고탄압이라는 전대미문의 강압책을 동원해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의 목줄을 죄었지만, 이 같은 탄압은 국민적 분노와 저항만을 불러왔다”며 “동아의 사주는 끝내 정권에 굴복해 자유언론의 실천으로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에 복무하고자 했던 기자‧프로듀서‧아나운서 160여명을 강제 축출했다”고 설명했다.
동아투위는 “쫓겨날 때 대부분 30~40대이던 우리는 이제 백발 성성한 80대 노인이 되었고 38명은 유명을 달리했다”며 “독재권력과 야합한 죄를 고하고 강제 축출한 이들을 원상 복귀해 명예 회복을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나 동아는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조선투위도 성명에서 “1975년 당시 조선일보는 군사독재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권력이 지시하는 대로 신문을 만들고 있었다. 기자로서 양심의 괴로움 때문에, 언론인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가책 때문에 기자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러나 조선일보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기자들과 함께 싸우지는 못할망정 독재권력과 손잡고 32명에 이르는 기자들의 목을 잘라 무자비하게 언론현장에서 추방해버렸다”고 했다.
두 단체의 원로 언론인들은 48년 전과 지금의 언론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을 가장 먼저 보도한 MBC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 △KBS 수신료‧전기요금 분리 징수 추진 △공기업의 YTN 지분 매각 △서울시의 TBS 지원조례 폐지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방송통신위원회 간부‧심사위원 구속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 <끔찍한 과거로 돌아가는 언론의 자유>를 발표한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은 “1975년 박정희 독재 정권이 언론탄압을 본격화하던 상황이 지금 윤석열 정권에 의해서 재현되고 있다”며 “다만 48년 전엔 기자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평가했다.
성 위원장은 “후배 기자들에게 간곡하게 이야기한다. 권력이 언론을 마음대로 부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거나 거기에 굴종하면 그건 기자가 아니다”라며 “선배들의 길을 그대로 따르지는 못하더라도 올바른 기자의 태도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스스로 결단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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