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흔들기' 심하다
대북송금 국회처리→밀실흥정, 한복 출근→가벼운 행보
구체적 분석 없이 갈등·우려 몰아
‘국회차원의 진상규명’ 주장을 ‘정략’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한복 입고 출근한 것을 두고 ‘가벼운 행보’라고 지적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언론의 ‘흔들기’가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상선 대북송금의혹 사건처리와 관련 노 당선자가 지난 3일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는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다”며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주장하자 동아 조선 중앙 등은 ‘정치적 기교’, ‘정략적 해법’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여야간 절충, 나쁘게 말하면 밀실흥정의 냄새”(중앙)가 묻어나고 “진실을 발견하기보다는 매몰시킬 우려가 더 크다”(조선)는 것이다. 그러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도입이 국회에서 결정될 문제임을 감안할 때 이같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대북송금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언론에서 “국회가 나서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도 상반된다는 주장이다. 당시 언론은 “길은 국회가 국정조사나 특검을 동원해서라도 끝까지 파헤치는 것”(중앙 2002.10.5) “통상의 검찰수사로 모든 의혹이 밝혀질 수 있는지 확신을 갖기 어려운 만큼 특검제 도입 국정조사 실시는 불가피”(조선 2003.1.13), “국회 국정조사는 마땅히 이루어져야”(동아 2002.10.8) 한다며 국회 차원의 의혹해소방안을 촉구한 바 있다.
언론은 심지어 노 당선자가 한복을 입고 출근하자 ‘지나치게 가벼운 행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4일자 ‘한복입고 출근한 노 당선자’에서 “노란색 계통의 저고리와 바지가 눈에 띄어 노 당선자가 자신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 “국내외 정국이 엄중한 상황인데 당선자가 지나치게 가벼운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한복을 입고 출근한 것은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복대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밝혀지면서 이같은 지적은 의도적인 왜곡보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컬럼비아호 공중 폭발’로 인한 방미단의 ‘부시 면담 불발’을 외교적 미숙으로 몰아부친 것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방미단은 당초 4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과 상견례를 할 계획이었으나, 부시 대통령이 3일 갑작스럽게 폭발 현장인 텍사스로 이동해 4일 오후 1시에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하는 바람에이날 일본으로 떠난 방미단과의 면담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언론은 ‘또 한번 외교적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낸 셈’(조선), ‘방미특사단도 헛걸음 하나’(세계), ‘준비 안된 북핵외교 행보’(문화)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부시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노당선자측 대표단을 만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국민)는 해석을 달았다.
재벌개혁 정책과 관련해서도 언론은 정책에 대한 분석보다는 재계의 반발을 부각시키며 경제위기를 증폭시키는 보도태도를 취하고 있다. 언론은 노 당선자가 집단소송제 등 3대 재벌개혁 정책과 관련 “흥정 대상이 아니다”며 입장을 재확인한 것과 관련해서 ‘노 “전경련 내 뜻 왜곡 말라”’(동아), ‘재벌개혁 강공으로 바뀌나’(대한매일), ‘전경련,노재벌정책 정면반박’(국민) 등 재계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또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기업들을 더 움츠러들게 하는 정책으로 무슨 실익을 거두나”(조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어디로 흐를지 몰라서 오는 불안이 크다”(중앙)며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경기불안을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연결지어 보도했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지난 3일 대통령직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재계가 재벌정책을 자꾸 흔들고 언론을 통해 공격을 하고 있다”며 언론보도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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