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대세? 여기 부산일보 20년·30년차가 나섰다네

문화판 잔뼈 굵은 부산일보 중견기자 9명
'新문화지리지' 기획 의기투합

지난해 마지막(12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부산일보의 <新(신)문화지리지-2022 부산 재발견>은 부산 문화를 집대성한 최초의 기록으로 호평을 받은 2009년 동명의 기획을 13년 만에 수정·보완해 내놓은 역작이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미술, 영화, 연극, 춤, 건축 등 문화영역 전반을 누비며 ‘발로 쓴’ 기사 15편이 매주 신문 한 면을 빈틈없이 꽉 채웠다.


이번 기획을 위해 부산일보는 “문화판에서 ‘좀 놀았던’ 기자들로 별동대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이 별동대의 정식 이름은 ‘특별취재팀’인데, 문자 그대로 좀 ‘특별’한 팀이다. 팀장 포함 9명의 팀원이 대부분 20~30년차 기자라는 점부터가 그렇다.(‘20~30대’가 아니다) 문화부장을 역임한 기자가 3명, 30년차 이상만 3명으로, 합산 기자 경력이 200여년에 달한다. 거의 ‘논설실’급 팀인 셈이다.

‘신문화지리지-2022 부산 재발견’ 기획에 참여한 부산일보 특별취재팀, 기획을 지원한 부산문화재단 관계자, 그래픽을 담당한 비온후 대표 등이 부산의 한 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배경에는 2009년 보도된 ‘신문화지리지’ 지면을 띄웠다. /부산일보 제공


이 팀은 또한 “편집국과 비편집국, 부서와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문, 사내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편집부, 라이프부, 사회부 등 다양한 부서에 흩어져서 일하던 기자들이 본업을 병행하면서 이 시리즈를 위해 길게는 한 달 넘게 취재에 매달렸다. “입에 단내가 나도록” 취재하고 발로 뛴 결과물에 사내 기자상을 수여하며 회사는 “후배 기자들의 귀감”이 됐다고 평했다.


결과적으론 해피엔딩이 됐지만, 사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이번 기획의 산파 역할을 한 김은영 문화부 선임기자(부국장)가 “팀 꾸리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게 괜한 엄살은 아니다. 2009년 첫 번째 ‘신문화지리지’를 내놓을 때 문화부장이었던 김 기자는 부산문화재단의 제안과 지원으로 13년 만에 수정 증보판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봄쯤 회사에 관련 기획을 제안했다. 문제는 돈도, 의지도 있는데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당시 편집국이 아닌 문화사업국에서 기획위원으로 있던 김 기자는 문화부에서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자 2009년 시즌1을 했던 기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금 하는 일만으로 벅찬데, 가욋일 같은 기획까지 억지로 떠넘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두어 달이 흘러 “안 되겠다 싶어 포기해야 하나” 하던 찰나, “저라도 힘을 보태겠다”며 한 명이 나섰다. 그리고 또 한 명, 또 한 명. “선배가 이렇게 하시는데요”, “시간은 없지만 의미 있는 일이니 해보고 싶네요” 이렇게 자원하며 나선 기자들이 있었다. 얼추 팀의 모양새가 갖춰진 뒤엔 편집국에서 문화담당 기자 등을 보강해주면서 9명이 채워졌다.


사람이 모이니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문화부 취재 경험이 있고 기획의 취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기자들은 “한 편 쓸 걸 두 편 쓰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다. 기사는 단순히 2009년 이후의 변화상을 업데이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춤, 음악, 건축, 영화제 등 앞서 다루지 않았던 분야를 추가해 없는 자료들을 끌어모으고, 한 달 넘게 발품을 팔아 확인한 정보를 표로 정리하고 문화지도로 구현하는 고된 작업도 이어갔다. 지역 문화계는 즉각 반응했다. 자신들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며 반색하고, 격려와 협력으로 화답했다. 아카이브 구축 같은 제안도 있었다. 부산일보는 이번 시리즈를 3월경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김은영 기자는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신문 한 면에 2~3주씩 매달리기 쉽지 않은데 마음을 내준 기자들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이어 “부산 문화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겠지만, 고생했다는 피드백을 받고 내가 뭔가 일조를 했다는 느낌, 보람이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끼리는 어벤져스라고 하면서 노익장도 아니고 뭐라 해야 하지 이렇게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면서 “그런 면에서 후배들 보기 조금 당당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20년차 기자지만 이 팀에선 서열상(?) 일곱째였던 윤여진 기자(사회부 차장)는 “선배들이 앞장섰기에 후배들이 자연스레 따라갈 수 있었다”면서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공감해 뜻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 넘은 선배부터 6년차 기자까지 선후배들 간에 소통하는 계기도 되고, 서로 협력하면서 선후배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하며 “개인적으로 이 팀에 합류하게 돼 영광이고 많이 배우게 되어 즐겁고 뿌듯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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