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기자 2명 중 1명 '불만족'… 저임금·업무과다 이유

광주전남기협, 지역 언론인 인식 조사
"취재 자율성 막는 요소 '사주 또는 임원'"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 절반 가량은 기자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3명 중 1명은 ‘경영진의 저널리즘 인식 수준’ 등에 최하점을 매겼으며, 절반 가량은 취재·제작 자율성을 막는 가장 큰 요소로 ’사주 또는 임원‘을 꼽았다. 조사를 진행한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집담회를 열고 언론사의 ’피신처‘로서 보다 적극적인 협회의 역할 변모, 지역 언론계 현안을 의결할 독자적인 기구 마련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10일자 협회보를 통해 18개 지회 회원 53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일부터 14일까지 모바일로 진행한 광주·전남 지역언론인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문항의 총평이라 할 ‘기자 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176명)의 과반이 약간 넘는 92명(52.3%)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47.7%(84명)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면서 2명 중 1명에게서만 '만족' 응답이 나왔다.

광주전남기자협회 혁신위원회는 12월29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담회를 개최, 지역언론계의 현안과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보)

면면을 살펴보면 매체별로는 신문사, 연차별로는 5년 미만 저연차 기자들의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신문사 기자 중에선 43.5%(124명 중 54명)만이 만족한다고 했지만 방송사와 통신사 기자 사이에선 각각 79.4%(34명 중 27명), 61.1%(18명 중 11명)가 기자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5년 미만 응답자 중 만족을 표한 경우는 4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10년 53.8%, 11~15년 50%, 16~20년 52.6%, 21~25년 59.1%가 만족감을 드러냈고, 26년 이상 고연차의 기자 만족도가 60.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자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이들이 밝힌 이유론 10명 중 7명(70.8%)이 ‘직업 자존감’을 꼽았다. 반면 ‘임금’을 꼽은 경우는 6.2%, ‘사회적 대우’와 ‘미래 비전’이 각각 5.3%였다. 기자생활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의 절반(50.3%) 가량은 ‘낮은 임금’을 이유로 들었으며 ‘업무과다’ 16.8%, ‘불투명한 미래’ 15.1%, ‘폐쇄형 조직문화 5.9% 등이 뒤를 이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소속 회원 인식 조사 결과. (광주전남기자협회보)

특히 ‘경영진의 저널리즘 인식 수준’, ‘인력 적절성’, ‘회사의 미래 비전 제시’, ‘회사의 업무 교육에 대한 만족도’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의 저널리즘 인식 수준’을 물은 문항(5점 만점)에서 최하점인 1점을 준 비율이 26.7%, ‘인력 적절성’ 부문에선 35.8%에 달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요인에서 응답자 3분의 1 가량은 최하점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자 절반(53.4%, 94명) 가량은 ‘취재·제작 자율성을 막는 가장 큰 요소’로 ‘사주 또는 임원’을 꼽기도 했다. 그 외 ‘자기검열’ 15.9%, ‘광고주’ 12.5%, ‘기타’ 11.9%, ‘출입처 관계자’ 6.3% 등이었다. '기타'를 꼽은 이들 가운데선 ‘회사 선배’, ‘인력 부족’ ‘시간 부족’ ‘업무 과다’ ‘데스크나 캡의 태도·가치관’ 등 이유가 나왔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뽑아달라는 문항에선 34.7%가 ‘부당지시’를 선택했다. ‘출입처 동화’(23.9%), ‘자극적 보도’(23.3%), ‘향응 수수 관행’(11.4%)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과도한 출입처 배정(인력 강화 필요)과 ’기자의 취재 노력 부족‘, ’4개 선택지 모두‘를 택한 ’기타‘(6.8%)도 있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혁신위원회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12월29일 지역 언론인,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집담회를 개최했다. 특히 기자협회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 변화에 대한 주문이 주됐다.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 64.2%는 취재·제작 자율성 침해나 부당 인사 때 회사 노조와 기자협회 지회가 잘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고, 81.8%는 광주전남기자협회나 한국기자협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소속 회원 인식 조사 결과. (광주전남기자협회보)

장아름 위원(연합뉴스)은 10일자 광주전남기자협회보 집담회 관련 기사에서 “기자협회의 활동범위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많다”며 “협회 차원의 성명을 내는 등 협회가 회원사의 ‘울타리’ ‘피신처’ 역할을 해야한다는 현장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윤현석 수석부회장(광주일보)은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친목을 도모하는 상급 단체에 머무를 것인지 또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혁신위원회를 꾸린 건 우리 내부 얘기를 잘 하지 못하고 언론계 자정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 지회 활동을 하기 어려운 현실은 난제로 남아있다. 실제 이날 집담회에서 최환준 위원(전남매일)은 “기자 1명이 하루에 십수건의 기사를 쓰는 날이 허다한 상황에서 정작 언론인 스스로 권리와 복지를 챙기기 버겁다”며 “광주 일간지 7곳 가운데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도 있으며 임금 단체 협약 교섭에도 한계가 많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희준 편집부위원장은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 지회 집행부를 꾸리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적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신대희 사무국장은 지회(언론사)의 저조한 응집력이 문제 해결의 시의성과 효율을 해친다고 꼬집으며 80%가 넘는 응답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지만 문제가 생겨도 도움을 구하는 지회가 한 곳도 없었던 현실을 거론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말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협회의 역할 변모, 새로운 기구 마련 의지를 드러내며 논의를 이어갈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맹대환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각 언론사 노조와 지회가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이런 논의 자리가 마련되는 것 자체가 생산적인 행보일 수 있다. 언론자유에 대한 자기 주관을 정제하고 정당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 특수성을 지닌 언론의 문제는 직능단체만 감내할 것이 아니라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가 동참해야 힘을 더 실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류성호 혁신위원장(KBS광주방송총국)은 “지역 기자의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는 지역 언론계 현안을 의결할 독자적인 기구 마련에 대한 논의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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