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비속어 발언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빠지고, 외교부가 소송에 나선 격이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17일자 사설을 통해 정정보도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외교부의 “황당한 소송”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에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박성제 MBC 대표이사, 원고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다. 외교부는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사실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를 포함해 많은 언론은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유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자막을 붙여 보도했다. 당시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대통령 비속어 보도 국익 훼손했다는 외교부의 황당한 제소>에서 “이 사안이 정정보도 대상이 되는지부터 의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언론이 ‘바이든’이라고 단정한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정보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실인지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자기 발언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날리면’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언론 보도가 과연 한국 외교의 신뢰를 깎아먹었는지도 의문”이라며 “외교부는 이 보도 직후 미국 측으로부터 ‘미국과 한국 관계는 굳건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설령 국익이 훼손됐다 해도 그것은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원인이지 언론 보도를 탓할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MBC 정정보도 소송 낸 외교부, 무슨 실익 있나> 제하의 사설에서 외교부가 정정보도 청구 당사자 적격성이 있는지 따졌다.
한국일보 사설은 “법조계 일부에선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것이나 소송을 할 거면 대통령 본인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MBC 보도로 한미동맹이 훼손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인데, 주지하다시피 미국 정부가 이미 양해한 사안 아닌가”라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은 언론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며 “보도에 앞서 당사자 입장을 확인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대응은 ‘언론 길들이기’ 논란이 일 만큼 이미 수위가 높았다”며 “이번 소송에 딱 들어맞진 않지만, 대법원이 2011년 언론의 권력 감시·비판 보장 차원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할 점을 외교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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