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변덕쟁이?

“법조인·회계사 늘려라” 주장하다

“합격자 많아 취업 힘들다” 딴소리





사법연수원생과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취업난을 걱정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너무 많은 합격자를 양산한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태도는 법조인과 공인회계사의 숫자를 늘려 적정한 비용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서비스를 확대하고 회계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언론이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취업경쟁속 4명중 1명은 곧바로 백수신세/사법연수원생 우울한 수료식’(조선 2003.1.22), ‘사법연수생 고통의 계절’(대한매일 2003.1.20), ‘사시합격자 취업전쟁은 계속된다/사법연수생 매년 증가세’(경향 2002.11.28), ‘변호사 크게 느는데 소송거리는 제자리, 대형로펌들도 월급걱정’(동아 2002.11.28) 등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언론은 사법연수원생의 취업을 걱정하는 기사를 사회면 주요기사로 다뤘다.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를 앞두고 올해 졸업하는 예비 변호사들의 취업난이 가중”(동아)되고 있으며, “매년 증가일로인 연수생 숫자에 비해 판·검사 임용수는 제한돼 있고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변호사업계 취업문이 얼어붙었기 때문”(중앙)이라는 것이다. 또 이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건수임료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평균수임료는 2000년 450만원에서 지난해 390여만원으로 10%가량 낮아졌다”(동아)는 변호사업계의 생존경쟁이 주요기사로 다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태도는 지난 95년 “과다 수임 시비를 막고 법률서비스 접촉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법조인수를 매년 100명씩 늘려 2000년 이후에는 1000∼2000명 선으로 확대한다는 사법개혁안을 마련했을 당시 이를 환영하고 나섰던 것과는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당시 언론은 “현재 우리나라 법조인은 인구 1만명당 1.28명으로, 미국(31.3명) 독일(11.5명)에 비해 훨씬 적은 탓으로 변호사 수임료는 미국의 3배, 독일의 10배 수준을 감수해야 하는 터무니없이 비싼 법률서비스에 시달려야 한다”(조선), “법조인 숫자가 지금처럼 5500명으로 턱없이 모자랄 때는 연간 300명씩 배출하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동아)며 정부의 증원방침을‘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도했다.

공인회계사에 대해서도 언론은 ‘회계사 수습기관 찾기 바늘구멍’(대한매일 2002.11.18), ‘공인회계사 합격자 “어쩌나…”’(국민 2002.10.27), ‘회계사 합격자 취업대란’(한국 2002.10.12) 등 “과거 최고 전문직으로 꼽혔던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해 취업 재수생으로 남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한국)는 우려와 함께 “자본시장의 브레인으로 대접받던 CPA가 취업대란에까지 내몰리게 된 것은 선발인원의 확대에서 비롯됐다”(대한매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 역시 지난 2001년 초 금융감독원이 “상시 감시체제 및 투명공시 기반을 구축한다”는 취지로 공인회계사 합격생 수를 대폭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을 때 ‘회계사 선발인원 대폭 늘린다’(대한매일),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회계사 수는 선진국의 5%에 불과”(한겨레), ‘공인회계사 올 750명 선발…회계법인 상호감리 도입’(동아)이라며 도입 취지에 찬성했던 것과도 거리가 있다.

결국 언론이 사법고시 및 공인회계사 자격시험 합격자의 취업난을 부각시킴으로써 선발인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기득권 집단의 이익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 변경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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