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측 "동화그룹 차원서 YTN 인수 검토 중"

최근 사장·주필 교체, YTN 인수 신호탄?

한국일보가 지난 22일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주필을 논설위원실장으로 대체하는 인사를 발표하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인사로 한국일보에서 승명호 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승 회장은 YTN 지분 인수에 강한 의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향후 한국일보 논조가 YTN 인수 절차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 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다음달 1일자로 새 대표이사 겸 발행인·편집인에 이성철 콘텐츠본부장을 선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1991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경제부장, 산업부장, 디지털부문장, 뉴스부문장,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2년여간 재임한 현 이영성 대표이사 사장은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돼 회사를 떠난다. 이 사장과 1987년 입사 동기인 이충재 주필도 비상근 고문에 위촉되면서 퇴임한다. 한국일보는 주필 자리를 비워두고, 논설위원실장에 이태규 논설위원을 선임했다.

한국일보가 자리한 서울 중구 와이즈타워. /연합뉴스


이번 인사는 한국일보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승명호 한국일보·동화그룹 회장이 YTN 인수에 관심 있다는 소문이 퍼진 상황인데다 인사 발표가 YTN 인수전이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려서다. 한국일보는 경영진 인사를 보통 연말에 내곤 했는데 이번엔 11월22일에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YTN 최대주주인 한전KDN의 이사회 바로 전날이었다. 한전KDN은 이튿날 이사회에서 YTN 주식 21.43%를 전량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YTN 지분 매각, 현 정부 영향 예상... 한국일보 중도 논조 친정부화 우려

이번 인사가 YTN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자 한국일보 안에선 우려가 나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공기업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지분율 9.52%)는 YTN 지분 총 30.95%를 매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중도지인 한국일보가 정부와 가까운 논조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어느 정권에나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해온 이충재 주필이 물러나면서 위기감이 커진 모습이다.


한국일보 한 고참 기자는 “그동안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위에서 이충재 주필 칼럼을 불편해한다는 이야기가 돌곤 했다. 사주의 개입을 막아줄 위치에 있는 분이었는데 갑자기 물러난다니 다들 놀랐다”며 “YTN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한국일보가 중도주의 역할을 잃게 되는 건 아닌지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한 허리연차 기자는 “신임 대표 인사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충재 주필이 물러나는 게 의외고 걱정되는 대목”이라며 “워낙 상징적인 분이기도 하고 목소리 낼 때 내주시는 분이라 후배로서는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또 이 기자는 “YTN 인수 자체만 보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인수 과정에서 한국일보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대의를 상실하는 일을 한다면 회장에게도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 “위에서 이충재 주필 칼럼 불편해했다는 이야기 돌곤 했었다”

한국일보 고위 관계자는 ‘YTN 인수전과 논조의 연관성’은 과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정년 이후 주필에 선임된 지 2년이 넘었고 현 사장의 경우 임기 3년을 채우는 내년 2월까지 상법상 등기이사직을 유지한다”며 “이번 인사는 세대교체 개념으로 이뤄졌다. 내년을 새롭게 구상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예년보다 일찍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YTN 인수전 참여를 묻는 질문에 “한국일보가 아니라 모기업인 동화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는 게 맞다”며 “아직 한국일보 안에서는 공론화하진 않았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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