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 이유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MBC는 18일 “국가 원수가 명확한 근거 없이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악의적 행태’라고 말한 것은,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협적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배제는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보와 보수 매체, 현업과 사용자 단체 등 언론계가 한목소리로 MBC 취재진 전용기 배제는 취재방해이자 언론통제라고 지적했음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뉴욕 순방 중 나온 MBC의 비속어 보도를 ‘가짜뉴스’ ‘악의적 행태’로 몰아 전용기 탑승 불허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MBC는 이날 입장문에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발언은 공적 영역에 속하며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대상”이라며 “사실관계는 물론 이에 대한 해석, 의견, 논평, 비평, 비판 역시 언론 자유의 영역으로 폭넓게 보장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며, 사법부의 일관된 판결이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역시 공적 영역에서 활발하게 검증되고 비평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출근길 문답 말미에 MBC 기자가 집무실로 향하는 윤 대통령에게 “MBC가 뭐를 악의적으로 했다는 건가”라는 추가 질문을 하자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가는 분한테 그렇게 이야기하면 예의가 아니지”라고 막아서며 설전이 벌어졌다.
‘MBC는 악의적’이라는 윤 대통령의 왜곡된 인식은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 전반까지 퍼지고 있다. 1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MBC에 대한 광고 불매 운동을 거론한 김상훈 의원은 “MBC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악의적인 보도와 의도적 비난으로 뉴스를 채워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의 질문에 답한다며 ‘MBC가 악의적인 이유 10가지’라는 제목의 부대변인 서면 브리핑 자료를 내며 MBC 비판에 가세했다. 대통령실은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했다. 이게 악의적”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서면 답변과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오후 <대통령실의 ‘악의 10조’는 헌법 수호가 아니라 헌법 파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MBC본부는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억지 주장을 하면서, 음성 전문가를 통해 확인했다지만 그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 본인이 다자외교 현장에서 비속어/욕설 섞인 발언을 함으로써 국가의 안보와 안녕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게 헌법 수호냐”며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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