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언론단체들 "윤석열 대통령, 정신 좀 차리십시오"

10일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서 비판 발언 쏟아져

“정신 좀 차리십시오!”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현업 언론단체 주최 기자회견에선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발언이 쏟아졌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5개 현업 언론단체가 주도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단체들은 “반 헌법적인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며 “깡패 같은 언론 인식, 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5개 현업 언론단체는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 헌법적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준영 영상기자협회 회장은 “어제 MBC 취재진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제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게 진짜 뉴스일까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너무 깜짝 놀랐다”며 “27년간 영상기자로 생활하고 있지만 이런 일은 그 어떤 정권에서도 없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 그리고 대통령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하는 언론인은 대통령실 취재를 제한하고 대통령 취재를 할 수 없다는 취재 가이드라인을 지금 제시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전 10시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긴급회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MBC 기자들이 대통령 순방지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취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언론인들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겠나. 이 결정은 어떤 특정 회사, 특정 개인 취재진에 대한 탄압이 있을 때 그것을 남의 일이라고 용인하면 결국 나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노에 찬 마음과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발 이런 불합리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일들이 끝나고, 제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정신 좀 차리라”고 일갈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언론인 생활 26년 차인 제가 그동안 숱한 기사를 써봤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기가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자가용처럼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대통령 마음에 들면 타고, 거슬리면 내리는 게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대통령실은 지금 즉시 이 말도 안 되는 시대착오적인 언론에 대한 취재 제한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전용기는 100%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사적 공간이 아니”라며 “그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행위들이 모두 공적 감시의 대상이고,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사회의 당연한 기능이다.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올라 있는 사람이 해외 순방 취재에 나선 언론사를 향해 사적 보복을 취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용인할 수 없는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 회장도 “이번 외국 방문 일정은 아세안 관련 외교 일정에 G20까지 있어 세계에서 많은 정상들이 참여하고 그렇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하는 과정, 그리고 프레스센터나 관련 외교행사가 벌어지는 곳까지 이동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대통령 전용기에 동행하지 않으면 대단히 취재에 어려움이 노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용기 안은 단순히 이동하는 수단이 아니고 그 안에서 대통령이 기내 간담회를 할 수도 있고 대통령과 동행하는 공직자들을 취재할 수도 있다”며 “그런 공간에 특정 언론의 접근을 배제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의 취재 보도의 대상이 되지 않겠다, 국민의 공적 감시의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저는 본다. 이번 조치는 언론의 자유, 언론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대단히 부당한 조치로 기록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대통령실과 대통령은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바로 잡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9일 저녁, MBC 출입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출근길 문답에서 '특정 언론사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하는 데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을 써가면서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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