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가 올해 들어 자살자의 신원 및 사생활을 공개하거나 자살 동기를 단정하는 보도들이 늘고 있다며 언론의 신중한 태도를 촉구했다.
언론중재위는 25일 관련 자료를 내고 지난달 말까지 자살보도와 관련해 심의기준을 위반한 기사가 총 80건이었다며, 이들에 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자살자 신원 공개 및 사생활을 침해한 보도가 77.5%(62건)로 가장 많았고, 자살 장소나 방법 및 경위를 묘사한 보도가 16.3%(13건), 자살동기를 단정한 보도가 6.3%(5건)였다.
언론중재위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사망한 모 전투비행단 소속 간부의 성별과 나이, 계급뿐만 아니라 소속 중대와 임관 시기 등 신상정보를 상세히 기사에 담은 경우였다”며 “또 근무지에서 사망한 초임검사의 성과 나이, 근무부서, 출신학교, 군복무 이력 등을 자세히 보도한 기사에 대해서도 시정권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자택 내부 사진과 생전에 앓았던 병명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기사들에도 시정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을 다루면서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자살자의 발언과 자살 경위 등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일부 기사에도 시정권고가 이뤄졌다.
언론중재위는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 보도 가운데는 고인이 ‘루나 코인’을 검색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상화폐 투자 실패를 자살동기로 단정한 경우도 있었다”며 “자살은 복합적 요인들로 유발되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를 자살 동기로 단정해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보도가 모방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중재위가 자살 관련 보도의 시정을 권고한 건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 156건으로, 올해보다 더 많기는 했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경우 특정 한두 사건과 관련해 다량의 보도가 나와 시정권고 건수가 많았는데, 올해는 여러 사건과 관련해 자살 보도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올해 같은 경우 유사한 보도들이 어뷰징의 형태로 다량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사생활 침해나 경위 묘사, 동기 단정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보도들이 많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자살사건 보도 시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태도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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