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현직 간부의 대북 코인 연루와 해외특파원들의 비위 의혹으로 국회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KBS 간부가 2019년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고 지난해 대북 코인 20만개를 받았다는 사실이 맞느냐”고 묻자 김의철 KBS 사장은 “맞다.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간부의 대북 코인 문제는 이달 초 JTBC 보도로 알려졌다. 2019년 10월 당시 KBS 남북교류협력단 팀장이던 A씨는 아태협 안모 회장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고, 2년 뒤 차용대금으로 아태협이 발행한 대북 코인 20만개를 받았다. 아태협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한 행사에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초청했다. 이때 KBS는 현지에서 리 부위원장을 단독 인터뷰해 보도했다.
윤 의원은 A씨가 아태협에 건넨 1000만원이 해당 인터뷰 성사와 관련 있는지 질의했다. 김 사장은 “인터뷰 당시 별도의 취재팀이 파견돼 있었고 A씨는 인터뷰에 특별히 관여한 바가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같은 질문이 나오자 김 사장은 “조사 결과 (1000만원은) A씨 개인 돈이고, 회삿돈이 들어가지 않은 사적인 거래”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이번 국감에선 KBS가 해외특파원들의 비위 의혹을 전방위로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KBS 뉴욕지국 B·C 기자(현지 직원들의 특별일당을 부풀리기) △파리지국 D 기자(아내를 해당 지국 직원으로 고용해 인건비 수령) △베이징지국 E 기자(자녀 교육비 이중 수령) 등이 비위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여러가지로 특파원 관련해서 소송 중이거나 감사가 진행 중이고,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KBS 보도본부는 19일 공식 입장을 내어 “특파원 관련 의혹 중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KBS 보도본부는 홍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달리 △특파원 아내가 지국 직원으로 고용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보도본부 자체 조사에서 이미 확인됐고 △수당 부풀리기 의혹이 있다는 지국에 대해선 제보를 받은 적도 감사에 착수한 적도 없다고 했다.
다만 교육비 지급과 현지 직원들의 특별 일당 부풀리기 의혹을 받는 지국에 대해선 감사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는 “감사는 독립적으로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비위가 드러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사장이 취임 후 전국언론노조 소속 인사들로만 간부진을 구성했다면서 “사내에서 퇴진 요구가 있는데, 사퇴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김 사장은 “KBS 사장으로서 독립성 공공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의 사퇴 의사 질문에도 김 사장은 “KBS는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이런 말씀 자체가 독립성에 대한 간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4일 한·미 군 훈련 도중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미사일 낙탄 사고 당시 KBS의 늑장 보도를 비판했다. 사고는 4일 오후 11시경 발생했지만, KBS가 이를 처음 보도한 건 이튿날 오전이었다. 김 사장은 “당일 군 당국이 확인해주지 않았고 엠바고가 걸린 사안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재난방송 목적 중 하나가 혼란 최소화다. 정부에서 엠바고를 걸었다고 하더라도 의혹, 의심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시민들이 먼저 알고 영상을 올렸고 (사고 소식을 최초 보도한) 강원도민일보에서 훨씬 발 빠르게 보도했다. 인력과 장비가 많은 KBS가 늦게 보도한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정부가 요구하는 엠바고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엠바고는 때에 따라서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KBS 사장으로서는 해야 할 판단의 영역 아닌가. 향후 이런 일이 또 발생할 땐 국민 안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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