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 또 KBS 감사… 공영방송 사장 교체 신호탄 되나
[감사원, KBS 특별감사… 표적 논란]
KBS노조·보수단체 국민감사 청구
청구사유 대부분 김의철 사장 관련
KBS본부 "2008년 상황과 비슷해"
KBS가 또다시 ‘표적 감사’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다. 앞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KBS를 향한 감사원의 감사는 사장 해임 등 거센 후폭풍을 불렀다. 최근 본격화한 KBS 감사를 두고 공영언론사 사장 교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국민감사청구심의위원회에서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KBS 노조 중 두 번째 규모인 KBS노동조합과 보수성향 단체들이 지난 6~7월 두 차례에 걸쳐 청구한 국민감사를 받아들인 결과다. KBS는 감사 개시 결정에 “국민감사 청구 사유의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릴 수 있도록 성실히 감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이 제기한 KBS 감사청구 사유는 10가지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5개 항목을 인용했다. △KBS 이사회가 김의철 KBS 사장 임명과정에서 세금탈루·위장전입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 △이사회가 자본잠식 상태인 드라마제작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에 400억원 증자를 의결한 배임 혐의 △김의철 사장과 이사회가 신사옥 계획을 중단해 40억원의 설계비 등 손해 발생 △진실과미래위원회 전직 단장의 장기 해외여행을 병가로 처리하고 사후 인사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 △지난 3월 대선 직후 증거인멸 목적으로 사내 문서 폐기를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의혹 등이다.
감사원이 국민감사 청구를 인용하면서 KBS노동조합의 ‘사장·이사장 퇴진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보수단체들과 지난 2일 김의철 사장 등 공영언론사 사장들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KBS에서 노조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감사를 ‘표적 감사이자 2008년에 이은 정권의 KBS 장악 시도’로 보고 있다. 2008년과 2022년 현재, KBS를 둘러싼 내외부적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8년은 KBS 구성원들에게 악몽 같은 해로 기억된다.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여당 인사들은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 그해 5월 보수단체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정 사장의 부실 경영, 배임 의혹 등을 이유로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감사원도 움직였다. 감사원은 이 단체가 청구서를 제출한 지 단 6일 만에 KBS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8월5일 감사원은 KBS에 정 사장의 해임을 권고했다. 사흘 뒤 KBS 이사회는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정 사장을 해임했다. 기자협회와 PD연합회 등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을 결성해 정 사장 해임에 반발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기소였고, 해임 자체도 위법이었다. 4년이 지난 2012년 법원은 정 전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임 처분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감사원은 KBS 사장 해임에 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KBS 이사들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됐다. 그때는 언론노조 KBS본부가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이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비위의 경중을 고려해 해임 등 적정한 인사조치를 하라”고 통보했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강규형 이사의 해임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구 여권 추천 인사였던 강 이사가 해임된 자리에 새 여권 추천 인사가 들어오면서 KBS 이사진 구도는 여권 6명, 야권 5명으로 역전됐다. 당시 KBS 구성원들은 10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해 파업을 촉발한 고대영 사장을 해임하고, 파업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다만 이사 해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강 전 이사는 지난해 9월 해임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감사원의 행보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KBS뿐 아니라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감사를 벌여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특히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7월29일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국PD연합회는 지난 1일 발표한 성명 <감사원은 KBS에 대한 부당한 표적 감사를 포기하라>에서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는 인물이 남발하는 과잉 감사가 과연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감사 절차에 따라 감사원은 감사 개시 60일 안에 감사를 종결해야 한다. 앞으로 두 달 후 발표될 감사 결과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증명하는 잣대이자 사실상 공영방송의 독립성 또한 좌지우지할 수 있다. 정치권의 영향력을 막는 방향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여야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하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2008년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배구조 개선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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