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모바일 다음 첫 화면이 달라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큐레이션 콘텐츠 ‘뷰’가 사라지고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가 전면에 배치됐다. 이용자가 구독한 언론사의 뉴스를 모아보는 ‘My뉴스’ 탭,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모은 ‘오늘의 숏’, 이달의 기자상, 탐사뉴스, 팩트체크 섹션도 새로 들어섰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이용자 선택권·언론사 편집권 강화를 꼽았다. 새로운 뉴스 배열 방식을 공개하면서 뉴스 알고리즘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다음뉴스 배열 설명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또한 댓글 작성자 본인확인제를 전면 도입하고, 1일 작성 가능한 댓글 수를 기존 30개에서 20개로 축소했다.
다음 개편의 전체적인 틀은 네이버가 지난 2017년부터 운영 중인 구독형 서비스 ‘언론사편집’과 다르지 않다. 다만 눈에 띄는 차이는 있다. 인링크(포털 안에서 뉴스 유통)와 아웃링크(언론사 자체 사이트에서 유통)다. 언론사편집(옛 채널) 도입 전 뉴스제휴 언론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인링크를 일괄 적용한 네이버와 달리 다음에선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선택한 언론사들이 나뉘었다.
다음 언론사 구독판을 살펴보면 주요 조간 종합일간지 9곳 가운데 4곳(동아일보·서울신문·중앙일보·한겨레)이 아웃링크를 택했다. 지상파 3사 중에선 SBS, 통신사 연합뉴스·뉴시스·뉴스1, 보도채널 연합뉴스TV, 종합편성채널 JTBC 등도 아웃링크를 적용했다.
링크 방식 선택은 언론사별 포털 전략을 반영한다. 포털 밖에서 자체 플랫폼 강화에 공을 들이는 중앙일보·연합뉴스, 독자 후원 모델을 강조하고 있는 한겨레 등이 아웃링크를 선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웃링크를 통해 언론사 사이트 트래픽을 높이는 동시에 ‘탈 포털’의 기반인 충성 독자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장기적인 전략 외에 당장 수익 문제도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음에 뉴스를 공급하는 대형 언론사 대부분은 포털 다음 운영사 카카오와 각각 1~2년 단위로 ‘전재료 지급’ 계약을 맺고 있다. 카카오가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는 대가로 언론사에 매년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식이다.
인링크를 선택한 언론사는 전재료에 더해 다음 뉴스 페이지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카카오와 나눠 갖는다. 아웃링크를 적용한 언론사의 경우 기존 전재료만 받지만, 자사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조회수와 광고 수입 등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전재료 외에 카카오가 배분하는 광고 수익보다 자체 사이트에서 벌어들일 수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언론사들이 아웃링크를 적용한 것이다.
아웃링크를 택한 한 종합일간지 디지털부문 책임자는 “다음에서 저희 언론사 사이트로 유입되는 비중은 전체 트래픽의 3% 남짓”이라며 “인링크를 선택했을 때 다음에서 배분하는 조회수 당 광고단가보다 자체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광고단가가 조금 더 높다. 한 달간 운영해본 뒤 아웃링크 효과를 점검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합일간지의 디지털부서장도 “올 초부터 아웃링크만 가능한 ‘뷰’를 운영하면서 포털 아웃링크를 통해서도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안전하게 인링크를 택하기보다 일단 아웃링크를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링크 방식을 1개월 단위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포털 뉴스의 아웃링크 도입은 처음인 만큼 앞으로 한 달간 아웃링크 언론사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아웃링크 도입이 실험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들 언론사는 직접 사이트로 들어온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자체 플랫폼 사용성을 높여야 한다. 이용자들을 계속 붙잡아둘 만한 콘텐츠 역시 필요하다.
한 대형 언론사 디지털팀장은 “포털에서 우리 홈페이지로 넘어온 사람들이 어떤 기사를 보는지, 어떤 패턴으로 이동하는지, 이탈률이나 재방문율 등 독자 분석을 세밀하게 할 수 있어야 아웃링크를 택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포털 아웃링크를 추진하는 상황이지 않나. 지금 다음에서 하는 실험이 자의든 타의든 네이버에서도 벌어질 가능성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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