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보도 고민하는 동료들 있다는 것, 큰 동기부여"

[언론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서울신문, 성소수자 혐오 체험 기획
쿠키뉴스, 주거빈곤·빈부격차 조명

"저널리즘스쿨, 기자 재교육 등 기여"

이근아 서울신문 기자는 지난 6월 서울광장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제작한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우리 사회에 일상화한 혐오 정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직접 혐오의 시선을 체감하기 위해서였다. 이 기자는 44일간 퀴어축제 조직위 활동가 등과 동행하며 성소수자들이 겪는 혐오 피해를 마주했고, 이 경험을 담은 기사로 기획 연재를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이 기자가 속한 서울신문 스콘랩(스토리콘텐츠랩)은 혐오 문제를 심층 분석한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 사회> 시리즈를 보도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마친 기자들이 교육 과정에서 완성한 기획안을 기반으로 실제 보도물을 내고 있다. 이근아 서울신문 기자가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 사회> 기획 취재 과정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1인 시위에 참여한 모습. /서울신문 제공


이소연 쿠키뉴스 기자는 이달 초 특별취재팀 동료들과 빈부격차 현실을 창으로 조명한 기획 <빈부격,창>을 선보였다. 쪽방, 고시원, 다세대주택, 아파트, 고급주택의 창문을 1㎡당 ‘햇살 값’으로 측정해 빈곤 주거일수록 햇살을 누리는 데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취재팀은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작해 주목도를 높였다. 나아가 거주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창의 기준도 제시했다.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마친 기자들이 교육 과정에서 완성한 기획안을 기반으로 실제 보도물을 내고 있다. 이소연 쿠키뉴스 기자가 속한 특별취재팀이 <빈부격,창> 기획에서 측정한 주거 형태별 ‘햇살 값’ 수치. /쿠키뉴스 제공


두 기획은 각각 다른 언론사가 내놓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들 기사 하단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라는 문구가 있다. 이근아 기자와 이소연 기자가 이 교육 과정에 참여한 결과물로 낸 보도이기 때문이다. 기획탐사 디플로마는 언론재단이 세명대저널리즘스쿨과 협업해 현직 기자들의 기획 취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올해는 지원자 중 8년차 이하 기자 14명이 선발됐다.


베테랑 기자 출신인 제정임·심석태·안수찬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가 교육을 맡았다. 세 교수는 지난 4월 말부터 9주간 매주 토요일 온라인으로 기획 아이템 선정, 취재·보도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 언론윤리 쟁점 등 이론 강의를 진행했다. 이후 개별 지도 과정을 거쳐 기자마다 취재 기획안을 완성하도록 지원했다.


심석태 교수는 “저널리즘스쿨이 예비 언론인 교육뿐 아니라 주니어 기자 재교육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재단의 협업 제안에 응했다”며 “저희 교수들은 일종의 튜터나 실제 데스크 같은 역할을 했다. 여러 차례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바로 기사화할 수 있는 기획안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여기 참여한 기자들은 지난달 교육 과정을 마친 이후, 기획안을 기반으로 실제 보도물을 내놓고 있다. 자신이 쓴 기사를 평가받고 싶어 이번 과정에 지원했던 이소연 기자는 세 교수와 다른 기자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기자는 “기획기사 종류부터 취재 과정의 문제 해결, 아이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까지 실무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의 퀴어축제 조직위 동행도 ‘기획의 주제의식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5년차 기자인 그에게 이번 교육은 기획물에 대한 피드백뿐 아니라 기자로서 동력을 얻은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기자는 “디플로마 과정을 통해 기획취재에 관심 있는 타사 동료들을 직접 만나면서 ‘좋은 보도를 하려고 고민하는 기자들이 아직 있구나’라는 걸 서로 확인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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