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가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언론노조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 원내대표는 연일 '언론노조가 방송을 장악했다'는 취지의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주장은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허위사실이자 방송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경거망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KBS를 비롯해 MBC 다 민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에 의해서,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닌가"라며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한테 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사장 말을 듣겠느냐"고 말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언론인 양심의 자유에 굉장히 반하는 말씀"이라고 지적하자 권 원내대표는 "우리가 보기엔 그렇다"면서 "MBC 같은 곳도 보시라. 민주노총 소속 그런 사람들이 다 사장하고 지도부에 있는 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서로 차지하려고 갈등을 빚는 상황과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할 때 자신들이 좌지우지했던 방송이, 정권이 바뀌니까 우리가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튿날에도 KBS와 MBC가 전 정권(문재인 정부)에 부역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권 부역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당시 (두 방송사가) 여권인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슈를 편향적으로 다루거나 쟁점을 왜곡하는 등의 사례가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MBC본부는 권 원내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발언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KBS본부는 "과거 보수정권 시절 온갖 탄압과 언론자유 침해사례를 우리는 경험해왔다. 방송장악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MBC본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무지를 넘어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참 뻔뻔하고 삐뚤어져 있다"며 "후안무치한 행동에 대해 철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18일 고소장 제출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간까지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실질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방송 장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국회 상임위를 즉시 구성하고 그 자리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논의하고 처리하는 것뿐"이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방송 장악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낡은 보수의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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