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언론특위 6개월 결론, "계속 논의" "노력하기로 함"

[합의안 못 내… 특위 구성 취지 무색]
쟁점마다 유보적 태도 '빈 손 특위'
자문위원들, 막판 한 달 남짓 활동
특위 구성원들도 성토 "부끄럽다"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가 지난 24일 활동을 마무리했다. 언론특위가 6개월간의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사실상 단 두 가지다. “계속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함” 그리고 “노력하기로 함”. 여야 특위 위원들은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공영방송 이사회 개편, 포털생태계 개선 등 언론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큰 사안을 다뤘지만, 어떠한 합의안도 내놓지 못했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특위 재구성도 담보할 수 없어 특위 구성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언론특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결과보고서와 함께 미디어 거버넌스 개선 분과, 미디어 신뢰도 개선 분과 자문위원회가 각각 작성한 보고서를 채택하고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이 갈등을 빚다 언론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지난해 11월 특위가 첫 전체회의를 개최한 지 반년만이다.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특위 전체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의 최종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당초 언론특위 활동기간은 지난해 12월까지였다. 첫 회의부터 종료일까지 50여일은 뚜렷한 성과를 내기엔 짧은 기간이었다. 이후 21대 전반기 국회가 끝나는 올해 5월29일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 그간 언론특위는 공영방송 이사회 등을 규정한 방송법, 미디어 생태계 개선과 관련한 신문법, 정보통신망법, 기사열람차단 청구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하는 언론중재법 등 언론·미디어 전반에 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난해 말 국회가 언론특위 활동기간을 연장한 이유는, 보다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간이 늘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국회의원 18명이 참여한 언론특위는 1차 활동(지난해 11월~12월)에 이어 2차(올해 1~5월)에서도 ‘빈손 특위’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실제 언론특위는 주요 쟁점에서 실효성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운영 등에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자는 취지로 논의된 미디어 거버넌스 관련 제도에 대해 “과학기술발전에 따라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공영방송의 개념·역할 정립,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바 계속 논의하기로 함”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언론특위는 또한 ‘국내에서 인터넷뉴스를 서비스하는 해외 기업을 신문법상 사업자로 등록해 의무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두고는 “취지에 공감하며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함”이라고 했다.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제휴를 전담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투명성 강화와 아웃링크 도입 등 지금까지 언론특위에서 논의된 사항들은 특위가 재구성될 경우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언론특위 재구성 역시 ‘이를 위해 노력함’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언론특위 안에서도 활동 결과에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은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이번 특위처럼 부끄러운 활동은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양당 간사가 결과보고서라고 하나 만들긴 했는데 알맹이는 없다. 국회에서 이런 걸 합의라고 한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는 없다”며 “거론된 안건 중에선 이견이 있어도 논의하면 합의가 가능한 것도 있었다. 계속 논의해가자고 문구를 만들었지만, (그동안 회의에서)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문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자문위원들의 전문성에 의구심이 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만든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 보고서를 채택해 인용하고, 법안을 만드는 데 활용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언론관련 학회·단체가 6명씩 추천해 총 18명으로 꾸려진 자문위원회는 언론특위 막바지에 참여해 한 달 남짓 활동했다. 한 자문위원은 “쟁점 자체가 너무 많은 데다 특위 종료 한 달을 앞두고 투입됐기 때문에 토론이나 논의를 깊게 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이 위원은 “법안 발의 전에 연구와 의견 수렴을 선행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나 정보통신망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한 것처럼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한 뒤에 외부 의견을 청취하는 게 문제”라며 “정치적인 의제를 뽑아서 정쟁만 할 게 아니라 국회가 연구하는 자세로 논의를 계속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가 언론·미디어 전반의 개선 방안을 계속 논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특위에 입법권이 없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지만, 향후 입법권을 가진 특위로 재출범하더라도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 탄생할지도 미지수다. 현재로선 개선이 필요한 언론·미디어 과제를 정리했다는 차원에서 언론특위 활동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홍익표 언론특위 위원장은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특위 활동이 빈손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 국회가 대립하던 상황에서 논의의 과정을 복원시켰다는 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언론미디어 환경 개선과 관련해 우리가 해나가야 할 쟁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데 성과가 있다”며 “관련 상임위 또는 입법권이 있는 특별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지금 논의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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