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난 97년 처음 선보인 TV토론이 경선 과정에서부터 주요하게 부각되면서 대규모 거리연설이 대폭 줄어드는 등 미디어선거의 영향력이 보다 확대됐다.
그러나 선거법개정 작업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묻혀 무산되면서 선거방송토론위 구성과 합동토론 등에 있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여론조사 공표금지, 언론사의 특정후보 지지선언 등 미디어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대두되고 있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 시급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선거에 앞서 선거공영제 확대를 위해 미디어선거 강화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의견은 일부 군소정당 차별조항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거리합동연설회 폐지 및 TV합동연설회 신설, TV·신문광고 및 TV연설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 선거방송토론위 위상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미디어선거에 대한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야 불거진 선거법 개정작업은 무산됐고 미디어선거의 과제는 다음 선거로 넘어갔다. 지금부터라도 대선 뿐 아니라 오는 2004년 총선 등에 대비해 선거법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TV토론 충분한 연구 필요
미디어선거의 핵심으로 불리는 TV합동토론이 충분한 연구 없이 97년 대선 때 지적된 문제를 반복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토론 참가 자격을 확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나 기계적인 토론방식으로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검증하기보다 나열하는 데 그쳤고, 선거운동 기간 중 단 3차례 이뤄진 합동토론은 깊이 있는 토론을 이끌어내는데 한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선거법을 개정, 현재 60일전에 구성하도록 돼있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상설화하거나 구성 시기를 앞당기고 토론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 TV토론의 형식 및 의제설정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폐지해야
박빙의 승부를 펼친 이번 선거에서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판세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커다란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 여론조사 공표 및 보도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에 따라 언론사들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다. 특히 이같은 법망을피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여론조사가 아닌 각 당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여론을 조작·왜곡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언론계 안팎에서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조항을 폐지하거나 금지기간을 3일전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현재 300m로 제한돼 있는 방송사의 출구조사 거리제한 규정도 폐지함으로써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 특정후보 지지선언 검토
올해 초 가장 먼저 화두를 던졌던 오마이뉴스의 ‘시기상조론’에 밀린 지지선언 포기, 중앙일보 계열사인 ‘에머지’의 돌출적인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 등 ‘언론사의 특정후보 지지선언’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언론계의 주요한 논란거리였다.
선관위는 현행법에 따라 ‘언론사는 특정후보 지지선언을 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지만, 언론사의 특정후보 편들기가 계속되는 한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솔직하게 지지선언을 하자는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규제를 완화하고 언론사의 자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을 검토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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