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화 논설위원 '낙하산'

윤창중씨 '변신의 귀재' 행보로 물의

변신을 거듭해온 한 언론인이 정치권의 낙하산을 타고 다시 언론사에 입사, 물의를 빚고 있다.



1일자로 문화일보 논설위원에 임용된 윤창중 전 세계일보 정치부장의 행적은 정치인인지 언론인인지가 모호하다. 그는 81년 코리아타임즈에 입사한 후 민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돌아왔다. 86년엔 KBS 국제부, 88년 세계일보 정치부에서 근무하다 노태우 정권때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던 중 곧바로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직행했다. 정권교체후 청와대를 나온 그는 93년 다시 세계일보 문을 들어섰다. 이후 세계일보에서 정치부장으로 승진했으나 97년 3월 편집국장을 비롯한 15명의 부장단 대거 물갈이 파동과 함께 논설위원실로 밀려났다.



그는 그러나 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대책위 부대변인으로 변신한 뒤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이회창) 언론담당 보좌역을 맡아 '기자 마크맨'으로 나섰다. 대선이 끝난 뒤 한나라당을 나와 이번에는 국민회의 도움으로 지난해 일본 게이오대학 연수 중 동교동 가신 권노갑 국민회의 고문과 교분을 쌓았으며, 이를 인연으로 권 고문은 그가 문화일보에 입사토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 김진현 사장은 "필요에 의한 영입"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외압'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언론계에선 윤 위원이 그간 정치인으로 '외도'한 것이 아니라 경력 관리 차원에서 일부 언론사를 전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문화일보 입사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번 인사로 극심한 자괴감에 빠진 문화일보 일선기자들은 "실망과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는 냉담한 반응이다. "엠바고의 왜곡된 관행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자들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노조(위원장 문성웅)에선 27일자 노보를 통해 "윤 아무개의 곱상찮은 이력에 비추어 과연 문화일보 정치담당 논설을 다룰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사측에 인사 원칙을 물었다. "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전제하에 "기자가 갖춰야할 도덕성에 심각한 하자가 드러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며 신문이 가장 경계해야할 권력 가까이서 몸담았던 그에게 자발적인 존경심이 생길 수 있는지, 더구나 정론을 선도하고 독자들에게 참신한 시각을 제공하는 그릇인 사설과 칼럼을 맡긴다는 게내키겠는가"라고노조는 거침없는 비판을 가했다.



언론계 안팎에서도 '좌고우면'이 역력한 윤 위원의 행보가 단지 문화일보만의 수치가 아닌 전 언론인을 상대로 한 심각한 도덕성 훼손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상철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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