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날, 언론의 역할 다시 새기겠다는 다짐"

한국기자협회, 제17회 '기자의 날' 기념토론회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기자의 날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대연 경향신문 기자, 안형준 MBC 기자,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기자, 임소라 JTBC 기자,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정일용 기자협회 고문, 박진우 5.18기념재단 연구실장, 오정훈 연합뉴스 기자.

1980년 5월 당시 기자들은 광주시민들을 폭도라고 쓸 수 없었다.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전국의 기자들은 한국기자협회를 중심으로 1980년 5월20일 검열 및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행동에 돌입했다. 그날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기자의 날’을 맞아 20일 기념토론회가 열렸다.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자협회가 1980년 언론인 투쟁을 ‘기자의 날’로 기리는 것은 한국 언론이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을 다짐하는 결의의 표시라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1980년 5월20일 당시 기자들은 검열 및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정치군인들의 광주학살에 항의했다”며 “전국 언론인 투쟁은 광주가 정치군인들에게 강점될 때까지 계속되었으며, 광주항쟁 이후 전국적으로 1000여명에 달하는 언론인들이 강제 해직을 당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지난해 5월21일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80년 해직언론인들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게 됐다”며 “이로써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항쟁과 언론항쟁을 분리하려던 공작이 격파됐고, 80년 언론인 투쟁이 광주항쟁과 하나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 법은 올해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법안 제정 과정에서 시행일자가 잘못 기재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다. 법 시행일자를 바로 잡는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계류 중이다.

고 대표는 한국 언론의 당면 과제를 이렇게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은 민주·인권·평화로 압축할 수 있는데 그 완성까지 갈 길이 멀다. 언론은 5·18 정신이 현실 속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80년 언론투쟁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임소라 JTBC 기자의 사회로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기자, 박진우 5·18기념재단 연구실장, 정일용 기자협회 고문, 정대연 경향신문 기자, 안형준 MBC 기자, 오정훈 연합뉴스 기자가 참석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기자의 날 기념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진우 5·18기념재단 연구실장은 “5·18에 대한 연구는 전 분야를 망라해 진행되어 왔으나, 1980년 언론 탄압에 맞서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언론인들을 조명하는 연구는 많지 않다”며 “1980년 5·18 이후부터 1983년 12월 학원 자율화 조치 이전까지 대학신문에 5.18 관련 기사를 넣고자 했던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5·18 이후 언론투쟁을 조명하는데 대학신문도 검토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MBC 기자는 “80년 언론인 투쟁을 단행본으로 만드는 작업을 다시 하고, 다큐멘터리 제작도 필요하다”고 했고,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기자는 “80년 광주가 홍콩 빈과일보 폐간, 미얀마 민주화 시위,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등, 자유, 인권, 언론의 문제에 5월의 정신으로 참여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기자협회 2030청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대연 경향신문 기자는 “자본권력, 기업의 문제에 있어 젊은 기자들 사이에 자기검열이 보편화되고 심화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언론의 역할과 직결된다”며 “정치권력을 다루는데도 정파성의 문제가 있다. 기자 개인이나 조직 차원이든 일관된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사안을 접근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더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오정훈 연합뉴스 기자는 자본이 언론사를 소유한 이후 기자 90%를 해고한 프랑스 언론 사례를 들며 “언론인들이 싸움을 계속하지 않으면 언론이 자본권력으로 흡수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특히 건설자본의 장악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06년 기자의 날 제정을 이끌었던 정일용 기자협회 고문(지역신문발전위원)은 “남북간 언론교류가 돼 있었다면 최소한 북한군이 5·18항쟁에 개입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언론교류를 위한 상상력을 키워볼 때”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80년 언론투쟁 과정에서 고문을 당한 선배 언론인들이 노년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기자협회에서라도 선배들이 누구한테 그런 고문을 당했는지 기억하고 알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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