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민주주의 네 번째 기둥으로 불리는 이유 있다"

[2022 세계기자대회] '언론이 변화시킨 사회' 컨퍼런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2022 세계기자대회의 두 번째 컨퍼런스 주제는 '언론이 변화시킨 사회'였다. 대회 이틀째인 26일 45개국에서 모인 기자들과 언론 전문가들은 각 나라에서 사회를 변화시켰던 언론보도를 소개하고 디지털 시대 언론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에서 사회 변화를 만든 대표적인 보도 3가지를 꼽았다. 첫 사례는 1960년 4월12일 부산일보의 '김주열 학생 시신 보도'다. 그해 3·15 부정선거에 분노한 마산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자 이승만 정권은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했다. 그러다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채 사망한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 합포만 중앙부두에 떠올랐고, 부산일보 마산주재 허종 기자가 이를 보도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4·19혁명의 불씨가 됐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2022 세계기자대회' 이틀째인 26일 '언론이 변화시킨 사회'를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발제를 맡은 정환봉 한겨레신문 기자(왼쪽부터)와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사회자인 정민호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코리아타임스 디지털콘텐츠팀장), 컨퍼런스에 앞서 '블록체인 기반의 뉴스 생태계'로 특강을 한 권성민 퍼블리시 대표. 뒷 화면은 화상으로 컨퍼런스에 참여한 해외 기자들의 모습이다. /한국기자협회


1987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보도 역시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특종이다. 두 신문사의 보도를 계기로 노태우 민정당 대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선언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킨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다. 2016년 TV조선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의혹'을 시작으로 한겨레신문의 '청와대-대기업 정경유착',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저널리즘을 실현한 보도들이 이어졌다.


이민규 교수는 "위의 특종 보도들은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결단하고 실행한 언론보도의 모범적인 사회변동 사례이며 언론인의 존재 이유를 잘 보여준 사례"라며 "시대가 변하고 매체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언론인은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책임감과 존재 이유를 그 사회 속에서 항상 고민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서브컬처미디어'의 군짓 스라 편집자는 자신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는 3가지 보도를 소개했다. 그 중 하나는 2018년 '인도 마하라시트라 사탕수수지대 여성 노동자들이 생산성을 위해 자궁절제술을 받는다'는 보도였다. 이 기사는 인도 국가여성위원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사립병원에서 자궁절제술을 받으려면 구역 외과전문의나 위생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지침이 생겼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2016년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었다. 아시아기자협회 우즈베키스탄 특파원인 딜무로드 주마바에브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언론자유정책을 펴면서 언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 12개가 채택됐고 정보서비스 시스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기관의 장들이 언론사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며 사회 문제와 해외 상황 등에 대해 토론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이는 우즈베키스탄이 추구하는 개방성, 투명성, 민주화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언론이 바꾼 사회… "언론, 가치와 책임으로 민주주의 지탱"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한 언론의 디지털화는 기성매체와 언론인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기자협회 해외담당 팀장인 아메드 쿠르니아 수에리아위자자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7000만명 중 25.9%(6838만명)를 차지하는 밀레니얼세대(24~39세)의 70%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최신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97%는 여전히 TV를 시청하지만, 그 빈도는 '한 달에 한 번'에 불과했다.


수에리아위자자는 "밀레니얼세대는 언론이 무엇이 왜 문제인지, 누가 관련돼 있는지, 무엇보다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핵심을 간략하게 전해주길 바란다"며 "이제 기성 매체는 디지털 미디어로 방식을 변경해야 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요구를 충족하는 콘텐츠 패턴, 즉 정보가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제공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언론사와 기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만큼 '저널리즘'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독일 칼대학교의 하산 후메이다 교수는 "불특정 상대를 대상으로 '좋아요'를 기다리는 형식인 소셜미디어 메시지는 거짓 주장이 난무하고 인신 공격이나 인종 차별적인 말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허위정보 쓰나미를 목도한 언론인과 언론은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하게 발전하고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짓 스라 편집자는 "세상이 점점 더 언론인에게 적대적이 되어 간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역동적이고 변덕스러운 디지털 세상에서 사회의 안녕은 뉴스를 통해 측정 가능하고, 뉴스의 소비와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언론이 민주주의의 네 번째 기둥으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언론의 가치와 책임이라는 말 자체가 이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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