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3단체, 트라우마 대책 마련 나선다

위원회 꾸려 가이드라인 제정 등 추진하기로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김나래 기자협회 부회장,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 방송기자연합회를 대표해 참석한 류란 SBS 기자, 트라우마 전문가인 이정애 SBS 기자, 김경희 한국여성기자협회장이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자 트라우마 가이드라인'(가칭) 제정 등 트라우마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가 기자들이 근무 중 겪는 트라우마를 방지·관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가칭)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트라우마 실태를 진단하고, 향후 대책 방향을 논의했다. 앞서 기자협회와 여성기자협회는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 저널리즘·트라우마 관련 비영리기관 '다트센터'의 후원을 받아 ‘기자 트라우마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두 협회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은 업무 중에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반면 회사에서 트라우마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기자 10명 중 8명 “일 하면서 심리적 트라우마 겪었다”)

세 단체는 이번 조사에서 ‘심각’ 수준으로 나타난 트라우마 실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빠르면 이달 중 실무 위원회를 꾸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다트센터의 한국 첫 펠로우를 경험한 트라우마 전문가이자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이정애 SBS 기자는 “10년 전엔 취재현장에서의 트라우마가 다였는데 최근엔 온라인상 댓글, 집회현장에서 물리적 공격, 뉴스룸 내부 갈등 등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 기자들은 특히 자살보도를 힘들어하고, 연차별 심각성은 6~15년차가 가장 컸다. 한국 문화에 맞춰 뉴스룸과 기자 현업단체 차원에서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여성기자협회장은 “기자들이 힘들다고 호소해도 뉴스룸 간부들의 인식이 따라가지 않으니까 ‘나약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만다”며 “트라우마를 대하는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현장 기자뿐 아니라 데스크급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트라우마에 심각하게 시달리는 기자들에겐 당장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찾는 한편 가이드라인 제정과 교육과정 마련도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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