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에 [단독]이 붙으면 주목도가 올라간다. 언론사가 내세울 만한 특종 보도라는 의미로 받아들어져서다. 그런데 기준 없이 ‘단독’을 남발하는 한국 언론에선 단독 표기가 언론의 영향력과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무분별한 단독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KBS가 “언론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단독 표기 원칙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임장원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지난 29일 사내게시판에 자체 제작한 ‘단독 기사 체크리스트’를 공유했다. 실제 KBS의 단독 표기 사례를 분석해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짚은 자료다. 이에 따르면 KBS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단독을 붙여 보도한 기사는 모두 242건이었다. 하루 한 건씩 단독기사를 낸 셈이다. 분야별로 사회기사 단독이 191건(79%)으로 가장 많았고, 정치 23건(10%), 경제 11건(5%) 등 순이었다.
KBS 통합뉴스룸은 “방송 보도에선 단독 표기를 거의 하지 않고 포털 등 디지털 기사를 출고할 때도 상대적으로 단독 표기에 엄격한 편”이라면서도 “자사 단독 보도를 분석한 결과 뉴스 이용자들이 단독 표기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사례가 일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KBS 통합뉴스룸이 단독 표기 원칙을 마련한 배경엔 ‘단독기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반응과 평가가 KBS 뉴스 전체로 직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특종 보도를 의미하는 단독은 기자의 훌륭한 성과이자 KBS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요소지만, 이용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기자는 신뢰를 잃고 언론사의 가치 또한 떨어진다는 것이다.
통합뉴스룸은 “KBS에 대한 사회적 기대 수준은 다른 언론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그래서 단독기사의 기준을 점검하고 단독이라고 명명하는 행위에 엄밀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귀찮고 까다로운 절차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통합뉴스룸은 단독기사의 구성 요소를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 보도하거나 취재원 또는 자료를 독점하는 ‘독점성‧독창성’, 사회적 영향력을 포함하는 ‘중대성’, 정보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명확성’, 타사가 얼마나 받아쓸 수 있을지 고려하는 ‘추종성’ 등이다.
구성 요소에 따라 단독 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8가지 체크리스트를 구성했다. 기사에 단독 표기를 하려면 ‘독점성‧독창성’과 ‘중대성’ 항목에서 각각 하나 이상의 세부 요건을, ‘명확성’ 항목의 ‘정보의 출처와 취재원 정보를 제시하는가’와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임장원 통합뉴스룸 국장은 “KBS는 단독 표기에 엄격한 편이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기자나 데스크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왔다. 시청자와 독자들이 단독기사에 의구심을 갖거나 단독의 가치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을 최대한 배제해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며 “완벽할 순 없지만 현장에서 이 규범을 의식하다 보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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