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너무나 과한 긍정이었다. 나는 2017년 대선 직후 기자수첩에 <질문하는 기자를 보고 싶다>라는 제목을 달아 이렇게 썼다. “대선 다음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느낀 어색함이 반가운 이유다.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진 기자회견 분위기에서 희망을 봤다면 과한 긍정일까.”
그땐 정말 그랬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선거를 치른 문재인 대통령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취임했다. 당선 바로 다음 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마주했고, 국민 앞에 섰다. 처음 보는 풍경이 낯설었지만 그만큼 반가웠다. 임기 내내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과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기자들이 ‘각본 기자회견의 들러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기대는 현실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긍정적인 의미로 파격적이었다. 청와대 출입 기자 누구나 참석할 수 있었고 질문자나 질문 내용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 질문 기회를 얻으려고 기자 수십명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지난해까지 4년간의 신년 기자회견도 각본 없이 이뤄졌다. 기자들과 대통령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방식이 자리 잡은 건 이 정부의 작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문 대통령이 임기 동안 한 기자회견은 8차례다. 국민과의 대화 두 차례를 더하더라도 총 10번에 그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이나 공개 브리핑을 약 150회씩 한 것에 비하면 매우 적다. 물론 기자회견 횟수만으로 정부 전반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지난 5년을 되짚어보면 적어도 언론과 관련해선, 그 횟수와 정부 평가가 무관치 않다는 걸 체감한다.
정부로부터 독립을 외쳐온 서울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졸지에 사기업 소유가 됐다. 2019년 포스코가 가지고 있던 서울신문 지분 19.4%를 호반건설이 전량 인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서울신문이 발칵 뒤집혔었다. 2년 뒤 호반건설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 29%까지 사들이면서 서울신문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신문 사람들은 당장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공기업이 가진 YTN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라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무책임한 발언이 보도되면서 YTN 역시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언론 관련 기관을 둘러싼 나쁜 관행도 반복됐다. 인사 추천·임명권을 두고 또다시 정쟁이 벌어졌다. 정부의 ‘내 사람 챙기기’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사실상 선임하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으로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인사가 거론되자 연합뉴스 노조는 ‘낙하산 인사 철회 투쟁’을 벌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원 추천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다 6개월이나 늦장 출범했다.
‘언론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언론 정책은 무정책’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제대로 시작조차 못 했다. 사람마다 정의가 다른 ‘언론개혁’에 갇혀 있었던 5년이었다. 내 과한 긍정의 말로다.
이 글은 다시는 과한 긍정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편한 모습으로 대화하고, “취임하면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는 소탈한 발언에, 새 집무실 아래 기자실을 설치해 언론과 수시로 대화하겠다고 공언했는데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섣불리 긍정할 수 없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며 얻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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