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사주들이 잇따라 대선 보도와 관련 ‘중립’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선거보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종반전에 이른 대선이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눈치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최근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은 부장단 회의에서 “한쪽에 치우쳤다는 오해를 살만한 보도를 하지 말고 중립적으로 보도하라”며 ‘보도의 중립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특히 이같은 김 사장의 발언 내용을 각 부서 ‘공지사항’으로 전달해 간부회의에서 의례적으로 한 발언이 아님을 시사했다.
윤세영 SBS회장도 지난 9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남은 선거 기간 동안에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엄정 중립의 원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SBS는 이같은 윤 회장의 발언 내용을 11일자 사보에 ‘“엄정 중립의 원칙을 잘 지킵시다”/윤세영 회장,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강조’라는 제목으로 실어 윤 회장의 ‘중립’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지난 1일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간부 워크숍에서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되든 노무현 후보가 되든 중앙일보는 야당지를 할 것”이라며 ‘중립적인 보도 원칙’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홍 회장의 이같은 발언 이후 지난 6일자 1면 머릿기사로 ‘노 “계속우위”, 이 “바짝 추격”’이라는 제목의 판세분석 기사를 실어 “논조가 변했다”, “방향이 중립적으로 선회했다”는 반응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언론사주들의 발언은 ‘의례적 발언’이라는 반응과 함께 ‘정치적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특정후보 편들기 의혹을 받아온 이들 언론사가 선거 종반에 이르러서 ‘중립’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편들기’ 보도가 먹혀들지 않는 데다가 선거 판세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자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언론사는 최근 들어 색깔공방이나 폭로성 기사, 지역대결 조장 보도 등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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