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경기방송을 잇는 후속 사업자 공모 심사에서 도로교통공단이 최고점을 받았으나 종합편성 가능 여부에 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종 선정이 보류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경기지역 라디오 방송사업 허가 대상 사업자 선정에 관한 건을 논의하고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지난 18일 종료된 심사에서 7개 신청 사업자 중 도로교통공단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방송이 가능한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14~18일 닷새간 진행된 심사에서 도로교통공단은 787.0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으로 OBS(784.15점), 경기도(759.88점), 경인방송(738.76점), 뉴경기방송(709.15점), 경기도민방송(691.01점), 케이방송(686.15점) 등의 순이었다. 최저점수에 미달한 곳은 없었으나 경인방송은 외국인 주주가 있어 허가 부적격 사업자로 판명됐다.
심사위원장 포함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도로교통공단에 최고점을 주면서도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방송이 도로교통법상 해당 사업자의 목적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법률적 요건 등을 검토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도로교통공단은 전국 12개 지역에서 한국교통방송(TBN)을 운영하고 있는데, 도로교통법 제123조와 도로교통공단 정관 제5조는 사업목적을 각각 ‘도로교통안전에 관한 홍보 및 방송’, ‘교통방송과 교통정보의 수집 및 제공’ 등으로 정하고 있어 공단이 경기지역 신규 라디오 방송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방송을 하는 데 법적 논란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방통위는 도로교통공단을 허가 대상 사업자로 선정하는 것을 보류하고, 최종 사업자 선정에 앞서 법률적 요건 등을 검토·확인하기로 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심사위 채점 결과를 존중하되 종합편성을 할 수 있을지 법적 검토를 거쳐 결정하는 게 맞다”며 “차기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자격 안 되면서 신청한 사업자만 잘못?
이날 회의에서 안형환 부위원장은 “현재 법상 종합편성을 할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청한 건 도로교통공단이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편성 방송사업자를 선정하면서도 현행 규정상 종합편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자가 신청하도록 하고, 심사위는 여기에 최고 점수를 줬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효재 위원은 “점수는 심사위원 각각의 점수를 합한 건데 방통위가 점수가 높다고 해서 선정하는 게 맞나”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최고점자인 도로교통공단이 탈락하고 차점자인 OBS나 경기도로 사업권이 넘어갈 경우 잡음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안형환 부위원장은 “(법적 검토가) 길어질수록 논란이 많아지기 때문에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10월 경기지역 라디오방송사업자 공모에 지원하며 “TBN은 전국 12개 지역 교통방송 네트워크와 별도로 운영되는 ‘종합편성 라디오 채널’(가칭: 경기메트로방송)의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합편성과 관련하여 경기도민 대표, 각계 전문가,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실무 책임자로 구성된 의결기구를 설치하고 외부인사가 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등 편성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자율성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모에 응한 7개 사업자 중 공단과 경기도를 제외한 5개 민간사업자는 지난달 25일 방통위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교통방송국으로 설립된 TBN이 지상파사업자가 된다는 것은 교통방송국이 아닌 종합편성 공영방송국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교통정보의 제공을 빌미로 법적 근거도 없이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방 지상파방송을 장악하는 심각한 내용으로 대한민국 방송관련 법률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려는 시도로 큰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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