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합동토론이 끝나자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후보들의 발언 내용을 상세하게 비교 분석했다. 그러나 각 언론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분명한 시각차를 보였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보도태도를 보이는 등 각각의 입장에 따라 의제설정에 있어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4일자 1면 머릿기사로 ‘이 “부시가 직접 사과해야”, 노 “북핵 압력행사는 위험”’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회창 후보의 경우 최근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처럼 보도하고, 노무현 후보의 경우는 “북한 핵과 관련 압력보다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발언 취지에도 불구하고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중앙일보도 3면 토론회 중계 기사에서 ‘북에 현금지원 이 “중단해야” 노 “계속해야”’라는 제목을 달아 북한 핵 보유와 관련 현금지원 문제를 부각시켰으며, 동아일보는 5일자 사설 ‘대북정책, 상호주의가 옳다’에서 “북한은 변하지 않았는데 일방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대화와 설득’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한겨레는 1면에 ‘이 “북핵, 경제수단과 연계해야”/노 “압력 보단 대화 해결 바람직”’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에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한겨레는 이날 1면 박스기사로 ‘이 후보 “북한 핵 보유” 발언 파문/정치권 “근거 없는 주장에 국민불안” 반박’이라고 보도한 데 이어 5일자에도 1면 머릿기사로 ‘이후보 북핵발언 파문 확산’ 기사를 게재해 이 후보의 북핵 보유 발언을 쟁점화 했다. 그러나 동아 조선 중앙 등은 이 후보의 북한 핵 보유 발언을 중계하기는 했으나 이를 부각시키거나 문제삼지는 않았다.
한편 이날 TV합동토론과 관련 동아 조선 한국 등 일부 언론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여함으로써 토론의 효율이 떨어졌다고 비판, 합동토론의 문제점을 엉뚱한 데로 돌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대선후보 TV토론 문제있다’에서 “양강 구도인 현실에서 3자구도의 토론방식을 채택한 것도 형식에 얽매였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며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5% 이상의 지지를 얻은 정당 후보’에게 토론자격을 부여한 것을 문제삼았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양자대좌였다면 더 본격적일 수 있었을 토론이, 그렇지 않은 3자대결로 진행된 탓으로 집중력과 긴박감에서 미흡했다”고 지적했으며, 한국일보는 “양강 구도임에도, 토론이 3자 대결로 이뤄진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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