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집회 줄고 가십성 기사도 줄어
“특정후보 편향성 오히려 심화” 지적도
D-day 10일전.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부 기자들은 요즘 선거운동에 한창인 대선 후보들만큼이나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국민경선, 후보단일화, 미디어선거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이번 대선은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부터 정치부 기자들에게 후보들의 지역유세를 쫓아다니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루에 3∼4개 도시를 순회하는 후보들을 쫓아다니려면 새벽에 공항으로 나가야하고 5∼6시간은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한다. 얼마 전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출입처를 옮긴 경향신문 최우규 기자는 지난주 초 노무현 후보를 따라 새벽에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 버스로 김제, 전주를 거쳐 다시 서울로 이동하느라 12시가 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최 기자는 “수행취재가 후보들이 연출하는 모습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후보가 특정장소에서 중대한 발언을 할 수도 있고, 신문의 속성상 매일매일 발생한 일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육체적으론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기자는 “예전에는 유세취재에 여러 명이 따라가고 후보나 당직자의 발언을 위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1명 정도만 유세 취재를 하고 나머지는 유권자의 흐름이나 각 당의 정책관련 기사를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이 역대 선거에 비하면 취재하기가 수월한 편이라는 것이다.
양강구도로 취재부담 줄어
무엇보다 여태까지 3자 대결이었던 대선이 후보단일화로 양자대결 구도가 되면서 취재할 곳이 줄어들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민통합21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현재 1명 정도만 남겨놓고 모두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배치된 상태다. 때문에 예년 같으면 타부서에서 파견된 기자들로 대규모 취재단을 구성했을 언론사들이 이번에는 평소 정치부 인력만 가지고 대선 취재를 담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대선 취재를 한다는 한겨레 김동훈 기자는 “각오했던 것에 비하면 스트레스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며 “TV 토론 등에서 밝힌 후보들의 발언 또는 현안에 대한 여러 반응을 취합한 박스성 기사들이 많아진 반면, ‘발품’을 많이 들여서 팩트를확인해야 하는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요한 대선 캠프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든 것과 함께 예년에 비해 네거티브 캠페인이 먹혀들지 않음으로써 후보진영 스스로 ‘꺼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양 후보에 대한 의혹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기자는 “이회창 후보의 경우 의혹이 해소됐다기보다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새로울 것이 없고, 노무현 후보의 경우 의혹이라고 보기에는 미약한 내용들이어서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트랜드성 기사로 ‘네거티브 캠페인 안 먹힌다’는 기사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선거 정책기사 늘어
한편 지난 97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 선거취재를 하고 있는 문화일보 공영운 기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보는 것 같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확연히 커지고 대규모 집회도 거의 없어졌으며, 후보들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여론에 의해 종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가 이번 선거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자들의 취재방식도 지역유세를 쫓아다니며 신변잡기나 시시콜콜한 가십성 기사들을 주요하게 취재하던 것에서 TV토론에서의 발언내용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등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들은 예년에 비해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기사나 가십성 기사는 많이 줄어든 대신 정책기사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한 기자는 “기자들 스스로도 정치인들의 지역주의 발언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지역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며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신문사 기자도 “정책보도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이 있지만 예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언론의 이런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특정후보에 대한 편향성만큼은 그 어느 때 선거보다 심화됐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처럼 누구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게 오히려 솔직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예전에는 몇몇 신문이 여당 편향을 드러낸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몇 개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이 여야로 갈리어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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