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고금리 보험상품을 부당하게 저금리 상품으로 유도한 것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험으로는 첫 리콜명령을 받았으나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단신 처리하거나 시내판에서 기사를 줄여 의혹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삼성생명이 올 1∼7월 중 연리 7.5%의 고금리가 적용되던 보험상품 7만 여건을 고객에게 불리한 연리 6%대의 일반보험으로 전환시켰다”며 7만 여건의 계약을 모두 정정하라는 리콜명령과 함께 전·현직 임원 9명을 경고 또는 문책 조치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지난 8일 방송 3사 가운데 MBC만 유일하게 메인뉴스에서 기자 리포트로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보험으로는 첫 리콜명령을 받았다”며 의미를 부여해 보도했을 뿐 KBS와 SBS는 단신 처리하거나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와 SBS 기자들은 각각 “9시와 8시 뉴스용으로 리포트를 넘겼으나 최종 편집과정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신문 역시 9일자에 대부분 관련 기사를 게재했으나 경향신문과 한국경제가 각각 경제섹션과 금융면 초판 머릿기사로 상세하게 보도했다가 시내판에서는 2단 크기로 줄이는 등 축소 보도했다. 특히 이날 머릿기사로 대체된 기사들이 새롭게 발생한 내용이 아니라 기사 배치만 바꾼 것이어서 의도적으로 기사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외에도 조선일보가 경제섹션에 2단 크기로 보도했던 기사를 시내판에서 1단으로 축소 보도한 것을 비롯해 대한매일 동아 중앙이 1단, 국민 매경 세계 한국 등이 2단 크기로 ‘삼성생명이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았다는 내용만 간략하게 보도하는 등 대부분의 신문이 관련 내용을 축소 보도했다.
한편 금감원의 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화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이같은 지적 없이 단순 사실 전달에만 그쳐 내용에 있어서도 축소보도가 이뤄졌다. 한겨레의 경우는 초판에서 경제섹션 머릿기사로 “주의적 경고는 금감원이 내릴 수 있는 조처 가운데 가장 가벼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가 시내판에서는 ‘금감원, 삼성생명에 경고 조처’라는 제목으로 보도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을 출입하는 한 신문사 기자는 “리콜을 받을 수 있는 해당 계약자들이 2002년에만 7만 여명이고, 금감원이 조사하지 않은 2000, 2001년 피해자를 감안하면 오히려 제재수위가 미약했다”며 “1,2단 크기로 보도한 것은 이를 제대로 알리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 방송사 기자도 “금감원 발표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삼성생명 측에서 여러 차례 만나자는 연락이 왔었다. 심증적으로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며 “작게 다룰 사안은 아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기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배원 경향신문 경제부장은 “적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머릿기사로 보도했는데 초판이 나오고 다른 신문을 보니 거의 1, 2단으로 보도해 2단 크기로 줄였다”고 해명했다. 한국경제 임혁 금융팀장도 “다른 신문 초판을 보니 우리가 너무 오버한 것 같아 줄인 것”이라며 삼성측의 로비 의혹 사실을 부인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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