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깨끗한 선거 망친다
폭로정치·지역주의 비판하면서 보도는 '중계' 열중
선거가 종반으로 흐르면서 정치권의 폭로전이 가열되자 대부분의 언론은 ‘폭로 비방전을 중지하라’며 정치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설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은 정작 보도를 통해서는 정치권의 폭로전을 상세하게 중계하거나 지역감정을 부각시키는 보도를 통해 이를 확대재생산 하는 이중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은 지난 5일과 6일자 사설을 통해 ‘무차별 폭로·비방 중지하라’(중앙), ‘물증과 출처 밝히는 폭로만’(조선), ‘역겨운 비방·폭로전 중단하라’(국민일보), ‘자고 나면 불거지는 흑색·비방전’(대한매일), ‘무차별 폭로전, 언론서 걸러야’(한겨레) 등의 제목으로 정치권의 폭로전을 비판하고 나섰다. “폭로를 하되 움직일 수 없는 증거와 출처를 갖춘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엄격히 구분해야”(조선) 하며, “몇 달 전 것을 재탕 삼탕, 선거판을 어지럽히는 것은 국민 우롱”(중앙)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이 무색하게 이들 언론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후보의 부동산 투기·재산신고 누락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맞서 민주당이 이회창 후보의 병풍 관련 한나라당의 증인 매수설과 이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을 발표하자 이를 그대로 중계 보도했다.
특히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 5일자 1면 머릿기사로 ‘한나라 “노, 30억원대 땅신고 누락”/민주당 “이, 병풍증언 돈주고 조작”’이라는 제목으로 각 당의 폭로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해 폭로전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샀다. ‘대선전 인신공격·폭로병 도져’라는 부제를 달기는 했으나 보도 내용은 폭로전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정치권의 폭로전을 그대로 중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동아, 조선, 한국 등 대부분의 언론도 ‘정치권의 폭로전’을 지적하는 듯 하면서 대부분 따옴표를 달아 양당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지역감정 조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언론은 정치권을 향해 엄중한 비판을 하고 있으나 한편으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D-2주,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자’(동아 12월 5일), ‘대선 초반부터 지역주의 자극인가’(조선 11월 28일) 등 언론은 사설을 통해 “정치권이 부추기고 있는 지역감정은 3김 시대보다 음험한 색조를 띠고 있다”며정치권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지난 6일자 머릿기사로 ‘“부산경남 충청을 잡아라”…이-노 집중공략 총력전’이라고 보도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언론은 지역별 판세 읽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 부대변인 “노후보는 목포의 데릴사위”’(세계 12월 2일), ‘노, 부산서 상대 텃밭 공략/이, 광주서 상대텃밭 공략’(국민 12월 6일), ‘이인제 변수, 충청 표심 흔들까’(조선 12월 4일), ‘믿습니다 PK·충청’(동아 11월 27일), ‘이 후보 손들어준 YS 영남 표심 향배 촉각(중앙 11월 21일) 등 지역감정을 부각시키는 편집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부산의 아들’, ‘목포의 데릴사위’, ‘충청도 시대’ 등 정치권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비판하는 듯 하면서 이를 그대로 중계 보도하는 등 지역감정을 언론이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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